석민 선임기자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인삿말처럼 쓰인다. 올해는 다른 것 같다. 조국 일가에서 비롯한 혼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등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법안으로 인해 국회는 난장판이다.
정권마다 각종 비리·부정부패·게이트들이 터져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떠받쳐 왔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라는 3대 기둥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이 기둥들을 굳건히 버티게 하며 번영의 토대가 되었던 한·미군사동맹을 기초로 한 안보가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6·25전쟁에 버금가는 해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수·우파를 중심으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투쟁은 새해에도 더욱 가열차게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수·우파의 승리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못한다. 특히 대구경북을 포함한 남부권 8개 시·도 주민의 입장에선, 이러나저러나 폭망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각종 정책을 앞세운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는 지금까지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보수·우파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개발경제 시대 성공의 함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성장했고 세상은 변했다. 글로벌 경쟁의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바뀌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서울이다. 그래서 서울로 R&D를 비롯한 핵심 두뇌 기능이 집중되고, 광역서울도시권에 속한 수도권·충청으로 첨단산업이 쏠리는 것이다. 그 이하 남부지역은 서울도시권(메가시티 리전)의 블랙홀 현상으로 황무지화하고 있다. 남부권 대도시 부산과 대구조차 인구소멸위험 '주의 단계'라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서울경제권(서울+수도권+충청·강원권=중부경제권)의 남부권 낙수 파급효과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신성장동력 약화와 저성장 기조, 사회 부문별 양극화 심화로 인해 중부경제권 자체의 경쟁력 유지에도 벅차다. 인구 감소로 소멸 직전에 놓인 시·군은 '경북 의성·군위·봉화·영양·청송·청도·영덕' '전남 보성·고흥·함평·신안' '경남 합천·의령·산천·남해' 등 남부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경제권(중부경제권)은 높은 집값과 교육비, 교통 대란 등 규모의 불경제로 인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남부권은 먹고살 것이 없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중부경제권에 버금가는 남부경제권을 재창조해 대한민국에 2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 리전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고, 국가적 활력을 되찾아 통일한국 시대를 제대로 열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이달 19, 20일 남부권 8개 시·도의 학계 및 전문가들이 대구에 모여 '제1회 남부경제권 포럼'을 열었다. 정치적 성향과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대표적 전문가들이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남부권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남부권 주민의 깊은 관심과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버림받아 황폐화하는 남부권에도 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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