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박덕규(소설가,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 김인숙(소설가)
최종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읽고 생각하는 과정은 달랐다. 흥미로운 발상, 이색적인 소재 등에 이끌려 기대감을 가졌으나 끝내 아쉬움만 안게 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신인답게 참신하지만 신인답게 가볍다고나 할까. 그 또한 신인이니까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등단작이 대표작이다 할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이 꽤 있던 호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냉장고'는 냉장고 안에 피신공간을 만들고 산 아버지 얘기가 눈길을 끌었으나 희화적인 서사로 서툴게 마무리되었다. '식구'는 자본의 위력에 굴종한 한 식구를 '다초점 서술'로 담았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소박했다. 유해물질이 누출되는 발전소 지대에서 치명적인 병을 앓게 된 주민들의 정황을 그린 '수영장'은 수영장에서 만난 알츠하이머 환자와 아동학대 피해자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가 돋보였으나 끝내 뻔한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친애하는 나의'는 이런 자리에서는 보기 드물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투쟁을 시도하는 소집단의 갈등을 썩 '리얼하게' 다뤘지만, 그 소재가 아무래도 단편미학을 창출하는 단계까지 가기에는 무리로 보였다. '나쁜 소식'은 새로 개발되는 아파트 단지의 어수선한 한 모퉁이를 입체적 공간으로 설정해서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는 청춘의 연애담을 거침없는 서술로 담았지만, 끝내 '이걸로 무엇을 생각하게 하려는 걸까'라는 의문을 풀어주지 못했다.
'옆사람'은 최종에 오른 11편 중에서 소재가 단순하고 문체가 무난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되었다. 버스 좌석의 옆사람이 앉은 채 사망해 있던 것을 모르고 하차한 사연을 모티브로 주말부부로 사는 두 남녀의 삶을 눈앞에 있는 듯 그려냈다. 다소 무미해 보이는 서술이 우리가 무심코 살아가는 일상의 이면에 뜻밖에도 많은 불가해한 사실들이 내재돼 있음을 알려주는 데 주효했다고 느껴졌다. 당선을 축하드리고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 : 박덕규(소설가,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 김인숙(소설가)
예심 : 이연주(소설가)·권이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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