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매일신춘문예]동화 심사평

입력 2020-01-01 06:30:00

재미를 타고 가는 동화 속의 의미와 가치

윤태규 동화작가
윤태규 동화작가

동화의 중심 독자인 초등학교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내일이 아니고 오늘이다. 거기도 저기도 아니고 여기다. 의미나 가치보다는 재미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육목표가 '기본생활습관 형성'이고 독서도 습관 기르기가 목표다. 습관은 반복에서 생겨나고, 반복은 재미가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동화에서 의미나 가치는 재미에 담겨야하고, 지금 여기에 내일을 숨겨두어야 한다.

이러한 아이들의 눈길을 붙잡아 둘만한 작품들이 여러 편 보여서 반가웠다. 그 가운데서 마지막까지 읽고 또 읽었던 작품을 들어본다. 김민영 씨의 '엄마 없이 마트에'는 일곱 살 아이가 마트 심부름 과제를 가지고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이다. 뒤따르는 엄마를 의식하면서도 혼자인척 겪는 일들이 무척 재미있게 펼쳐지고, 일곱 살 아이의 마음을 담은 독백 같은 문장이 돋보이지만 '대화', '질문', '구입' 같은 낱말들은 문장에 덜 어울린다. 강아지를 만나는 설정 또한 굳이 필요했나 싶다.

김성복 씨의 '마음의 저울'은 마음을 재는 저울 때문에 벌어지는 고학년 교실 이야기다. 호기심과 긴장감이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간다. 꼬여버린 문제 해결을 위해 저울을 모래밭에 묻어버리는 결말이 안이하게 느껴진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공윤경 씨의 '가짜 배꼽'은 입양한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부터 혼란을 겪지만 부모의 장난스럽기까지 한 탯줄 놀이로 다시 태어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이야기는 놀라우리만큼 잔잔하고 태연스럽게 진행 된다. 그러나 파도의 높낮이도 생각해볼 일이다. 이야기 흐름의 시점도 헷갈리는 곳이 있다.

김지민 씨의 '보호 받던 슈퍼맨'은 늘 보호를 받던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도움을 주는 자리로 서게 하는 이야기다. 특별한 사건이 아닌 '사과 자루 들어주기', '팔씨름'으로 반전을 시키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이야기로 봐서 윤빈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윤빈이네 아줌마', '한 손으로 짊어진', '선생님 손에는 책들이 잔뜩 쌓여', '문자에∽쓰여 있었다.' 와 같이 잘못 된 표현들이 더러 보인다.

장혜진 씨의 '기억을 모으는 아이'는 엄마를 기억하기 위해서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모든 기억을 모아가는 아이의 이야기가 짠하고 감동이다.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던 작품이다. 그런데 문제는 갓 태어난 오리에게 우유가 든 젖병을 물린다는 대목이다. 포유류가 아닌 오리에게 우유를 먹일 수는 있을지 모르나 보편적이지 않는 일이다. 동화에서 동식물의 삶이나 생태를 그릴 때는 정확해야 한다.

송우들(본명 송선금)씨의 '하늘을 달리다'를 최종 당선작으로 뽑았다. 전학 온 아이가 학교체육대회 멀리뛰기 선수로 뽑히면서부터 시작되는 문제와 그 극복 과정이 6학년 아이의 심리 발달단계에 맞게 그려져 감동을 준다. 마무리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산뜻하고 멋지다. 그런데 작가는 들여쓰기와 띄어쓰기를 소홀하게 하고 있다. 또 대화체에서 '2개 더 싸주면 안 돼?'에서 '2개'를 '두 개'로 고쳐야하고, 'D –며칠' 식으로 쓴 것도 '며칠 앞'으로 '시선'도 '눈길'로 와 같이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노력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런 글이라면 고학년 아이들이 지긋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즐겨 읽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뽑았다. 윤태규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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