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예비선거제, 미국 선거인단 투표제, 일본 중선거구제 등 다양한 선거제도 있어
"중선거구제는 거대정당에 유리, 의원내각제 도입할 것 아니라면 연동제 도입 재고해야"
부탄 왕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예비선거에서 1, 2등을 한 정당이 본선거를 한다. 미국에서는 국민총투표에서는 지고 선거인단에서 다수를 확보해 당선되는 소수파 대통령(Minority President)이 가끔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도 소수파 대통령이다. 부탄의 본선거는 의회에서 다수당 확보를 위한 것이고, 미국이 소수파 대통령을 감수하는 것은 연방제 유지를 위해서이다. 이처럼 각국의 선거제도는 다양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표를 뽑아 그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대의정치이다. 대의정치는 민의가 잘 반영된 의회의 안정적 운영이 관건이다. 그런데 민의 반영과 안정적인 의회 운영은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유론'으로 유명한 밀(J. S. Mill)은 '대의정치의 고찰'(1867)에서 민의의 반영을 중시한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다. 반면 배젓(W. Bagehot)은 정치학의 고전인 '영국 헌정론'(1861)에서 의회의 안정세력 확보를 위해서는 다수대표제인 소선구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수결로 운영되는 의회에서 과반 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의회 운영이 어렵고, 대의정치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현실론에 입각한 주장이다. 북유럽 등 의원내각제의 일부 소규모 국가에서는 전자를 중시해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후자에 방점을 둔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가미해 운영해왔다.
최근 비례의 원리를 강화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이것이 국회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보다는 각 정파의 유불리가 쟁점이 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의 출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는 의원내각제에서의 연합정권과 같은 형태로 이념이나 이해를 같이하는 세력들의 제휴를 통해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데에는 비례성 강화와 함께 국회 운영에 대한 환경 변화가 있다. 의회 운영에는 다수파의 형성이 중요하나,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1988년부터 치러진 8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당이 과반을 차지한 경우는 3번밖에 없었다. 그것도 2, 3석으로 아슬아슬하게 과반을 넘겼다. 다양해진 국민들의 요구를 배경으로 한 군소정당의 출현으로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힘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의석 분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의회의 운영을 어렵게 할 것이다. 국회에서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국회가 동물국회, 식물 국회라 비난받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요인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소선구제하에서 군소정당의 의석이 과소 대표되는 불합리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이러한 불합리를 고치자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의 명분이 되고 있으나, 거기에는 의석 분포의 불안정성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국회를 의원내각제의 연립정권 형태로 운영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를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할 경우, 그것이 다수대표제의 성격이 가장 강한 대통령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한 논의 없이 진행되는 연동제 도입은 국회와 행정부의 부조화를 더욱 강화할 우려가 있다.
이번 선거제도 변경의 내용은 일본의 선거제도와 많이 닮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 선거구에서 2, 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는 거대정당 자민당에 유리하고, 선거구가 넓고 같은 정당 후보자가 경쟁하는 탓에 비용이 많이 들어 정치부패의 온상이 되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1991년에 시작된 선거제 변경은 정권이 3번 바뀌고 1993년 11월에야 확정되었다. 선거제도 변경의 험난함을 보여준다. 소선거구 289석과 비례대표 176석으로 구성되고, 비례대표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을 통한 석패율을 적용한다. 의회에서의 안정 세력 확보와 정권교체를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연동제는 채택하지 않고 소수당을 위해 비례대표를 대폭 도입한 것이다.
일본과 한국의 큰 차이는 연동제 유무에 있다. 이번의 선거제도 개혁이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려는 장기 구상을 내포한 것이 아니라면 연동제 도입은 좀 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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