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홀로서기'…대구 남구 자립주택 첫 입주

입력 2019-12-18 18:02:04 수정 2019-12-18 20:48:35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남구청 첫 보금자리 사업 실시…방문재활·일자리 연계 서비스
남구청 "촘촘한 지원체계로 장애인 탈시설, 사회 적응 도울 것"
"눈 감는 날에는 사회구성원으로 생 마감하길"

18일 오후 15년 간의 시설생활을 마치고 대구 남구 탈시설 장애인 자립주택에 입주한 청각장애인이 이불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8일 오후 15년 간의 시설생활을 마치고 대구 남구 탈시설 장애인 자립주택에 입주한 청각장애인이 이불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거주했던 장애인 4명이 18일 대구 남구에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을 마련했다. 대구 남구청은 이날 오후 장애인 자립주택 입주식을 열고, 새로이 남구 주민이 된 장애인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번 입주는 남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통합돌봄사업에 따른 첫 보금자리 사업으로 마련됐다. 시설을 나온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숙소와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 적응을 돕고자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날 15~29년 동안 장기간 시설에 거주한 지적장애, 청각장애인 4명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청각장애인 A(81) 씨가 선택한 작지만 아늑한 집에는 각종 가전제품과 생활도구까지 꼼꼼하게 갖춰져 있었다. A씨는 직접 발품을 팔며 이곳을 선택했다. 15년간 시설에서 거주했던 그는 10년 전부터 자립을 꿈꿨다.

그는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서 같이 있어도 서로에게 살가울 수 없었다. 임종도 쓸쓸하기만 했다"며 "짧아도 좋으니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한때 번듯한 섬유공장 사장이었던 A씨는 지난 1992년 교통사고로 청각장애인이 된 뒤 온갖 불행이 한꺼번에 닥치며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다 지난 2004년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했다.

자신만의 거처를 마련한 그는 "5년만 있겠다는 것이 너무 길어졌다"며 "앞산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여행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지적장애를 앓는 B(22) 씨는 출생 후 지금껏 평생을 시설에 거주하다 이날 처음으로 홀로 세상에 나섰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처음에는 자립이 무서웠다"며 "오늘 처음 장보기를 하고 나니 이제 자립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앞으로 잘 헤쳐나가 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남구청은 이번 입주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장애인 자립주택을 2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대구사회서비스원이 운영을 맡아 입주 장애인에게 주거환경개선, 24시간 돌봄사업, 종합 건강검진, 맞춤형 건강식, 방문재활사업, 일자리 연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입주 자격 기준이 까다롭지 않고 특별히 준수해야 할 생활상 규칙 등 강제사항이 없는 것이 통합돌봄사업의 특징이다.

최영광 남구청 통합돌봄팀 주무관은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자립했던 장애인이 불편함으로 인해 다시 시설행을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15년 간의 시설생활을 마치고 대구 남구 탈시설 장애인 자립주택에 입주한 청각장애인이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8일 오후 15년 간의 시설생활을 마치고 대구 남구 탈시설 장애인 자립주택에 입주한 청각장애인이 옷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