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말보다도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주로 북한의 조바심 때문이다. 북한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 성과를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점을 이용해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선에서 북핵 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미국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양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가능한 한 대통령 선거 때까지 현상 유지 수준에서 시간을 끌고 싶어 한다. 과거 북핵 협상에서 시간 끌기를 하는 쪽은 북한이었고 빨리 협상장에 나오라고 재촉하는 쪽은 미국이었는데 이번에는 이것이 뒤바뀐 것이다. 이렇게 북한이 조바심을 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류 전체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다고 하는 대북 제재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엄청난 무역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경제성장은 기대만큼 되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수준으로 외화가 줄어들면 머지않은 장래에 외화가 고갈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이제 12월 22일이면 해외에 있는 모든 북한 근로자가 귀국해야 한다.
해외 근로자가 꽤 짭짤한 외화 수입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 상황은 점차 더 어려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북한 사정을 반영하여 며칠 전에 중국과 러시아가 해외 근로자 문제를 포함하여 몇 가지 제재를 완화해주는 안건을 안보리에 제출하였지만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북한에 남아 있는 외화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북한이 조바심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들, 다시 말해 ICBM 실험이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스스로를 더 불리한 조건으로 내모는 짓이다. 북한의 그러한 행동은 북한을 도와주려고 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손발을 묶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북한에 관광객을 대규모로 보내서 북한을 도와주려고 하는 중국의 정책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새로운 제재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미 제재가 차고 넘쳐서 새로 제재할 것이 남아 있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재할 대상은 아직도 많다.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을 하면 국제적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하겠지만 미국과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위협은 선거를 앞둔 트럼프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일이기는 하지만 일단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게 되면 트럼프로서도 북한에 더 이상 양보하기는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조바심을 견디지 못해 레드라인을 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장단에 맞춰 과도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북한 핵시설 폭격 등 군사적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과 미국의 일부 인사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고위급 관료들도 군사적 옵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런 이야기의 주된 목적이 북한을 협박해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군사적 행동에 나서게 되면 국면 전체가 완전히 바뀌게 되어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는 북한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다.
북한 지도부가 주민을 결속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 금융시장이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주는 영향이나 미국 대선, 한국 총선에 주는 영향 등을 배제하고 계산하더라도 이는 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알 수 없는 모험이다.
이렇게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경우에는 조바심을 내는 쪽이 반은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역사 속의 전쟁이나 운동경기나 아이들 놀이에서도 조바심을 내는 쪽이 빨리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어 있다. 이런 일반적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