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경북대 교수(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
산업화 넘어 창조화 시대에 진입
스스로 지역 경제 활력 만들어야
주민 투표 통해 공항·신청사 선정
대구 미래를 결정할 시금석될 것
2019년도 두 주밖에 남지 않았다. 경제도 인생과 같아 한 해의 노력과 성과가 누적되어 발전하기 때문에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한 해의 경제 추이를 볼 수 있지만 주요 전략 결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지역 경제를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올해 마지막 정례조회에서 밝힌 회고와 다짐을 먼저 분석해 본다. 권 시장이 가장 높이 평가한 성과는 대구FC 경기장 건설과 축구 붐 부활이다. 이를 토대로 주변 도시재생 사업이 활력을 갖게 됐다고 회고한다. 큰 기업을 유치하고 거대 국책 사업을 따내는 데 주력했던 기존 정책 관점에서 소소한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산업화를 넘어 창조화 시대에 이미 진입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외부 자원 유입과 중앙정부로부터의 정책 수혜를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스스로 경제 활력을 창조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내발적 지역 혁신'만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제부터는 영국, 유럽 등 많은 선진국 도시들이 그러했듯이 문화와 스포츠 등 소프트 자산을 활용, 지역 창의력을 모아 경제 활력을 다시 일으키는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구시는 대구FC 경기장 주변뿐 아니라 올해 도시재생 뉴딜 국가 공모 사업에 7곳이 선정돼 다양한 혁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북대 북문에서 복현오거리 일원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지향하는 '경북대 혁신타운' 사업은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인재, 기술, 예술 자원 등을 활용하고 지자체, 공공기관 등과 함께 협업하여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도시재생 사업은 단순히 낙후 지역을 재생시키고 창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적용해 도시 자체를 미래형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 혁신타운' 사업에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시범사업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권 시장은 시비만으로 건설되는 서대구 KTX역사 착공, 물기술인증원 대구 유치 또한 중요 성과로 꼽았다. 특히 물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대구의 비전을 강조했다. 물산업이 과연 미래 먹거리로 얼마나 많은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오일보다 비싸지는' 물의 세계적 가치를 볼 때 점점 더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작년 5월 국회를 통과한 물산업진흥법도 큰 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에서는 아직 산적해 있는 과제가 더 많은 실정이다. 전기와 수소에너지, 자율주행, 드론, 공유경제, 데이터 공개 및 활용 등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전략적 문제가 지역 경제에도 핵심 사안이 되고 있다. 만약 지역이 과감한 결단과 실험으로, 중앙정부가 못 하는 전략적 결정을 실행해 나간다면 예측하지 못한 큰 기회들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전략적 선택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권 시장도 실토하고 있듯이 공무원들이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을 잘 되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시민들의 민주 의식과 단합이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민 투표와 숙의형 민주주의 평가로 결정하게 될 공항과 대구시청사 위치 선정 현안들은 아마도 미래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어디로 결정되는가보다는 그 결과를 승복하고 다시 한마음으로 단합하는 과정이 도시 미래를 밝게 인도할 것이다.
끝으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람' 문제이다. 아이디어 생성, 전략 입안 및 실천 과정은 결국 사람이 하며 이러한 과정을 기득권보다는 혁신가들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혁신가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치 창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시민운동가나 창업가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공무원, 회사원, 보통시민 등 모두가 혁신가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같은 정책이라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 십분의 일 예산만으로도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도 하다.
경제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에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도 다가올 미래 기회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