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빙판길 사고, 피할 수 없을까

입력 2019-12-19 10:16:54 수정 2019-12-19 15:35:16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

지난 14일 오전 4시경 경북 군위군의 한 고속도로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1㎜의 적은 비가 내린 영하의 날씨였다. 그 누구도 7명이 숨지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혹한 사고가 날 거라 생각하지 못하였다. 사고의 원인은 경찰합동팀이 다각도로 조사 중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이런 빙판길 사고의 근본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빙판길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량이 멈추는 데 걸리는 시간을 증가시키고, 운전자의 조향 능력도 상실시켜 대형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소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간 서리·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3천863건이 발생해 105명이 숨졌다. 겨울철만 따지면 한 달에 10명씩 사망하는 셈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017년 12월 경북 상주의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빙판길 제동거리를 측정한 적이 있다. 버스'화물차'승용차가 시속 50㎞로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마른 노면과 빙판길에서 제동거리 차이를 분석했더니 가장 긴 제동거리를 기록한 차종은 버스였다.

버스가 완전히 멈추는 데 걸린 거리는 마른 노면에서 17.2m인 반면, 빙판길에서는 132.3m로 7.7배 증가했다. 화물차는 마른 노면에서 14.8m의 제동거리를 기록했고, 빙판길에서 110m로 7.4배 증가했다. 승용차의 제동거리는 마른 노면에서 11m, 빙판길에서 48.3m(마른 노면 대비 4.4배)로 나타났다. 아울러 조향 능력 측면에서도 시속 30㎞ 미만일 때는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방향과 운전 방향을 같게 해 차로 이탈을 부분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속 30㎞ 이상 속도에서는 조향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험한 빙판길 운전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는 무엇일까? 도로교통법 제19조에는 '노면이 얼어붙은 경우 최고 속도의 100분의 50을 줄인 속도로 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이런 사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비·안개·눈 등으로 인한 악천후에는 운전을 자제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맑은 날 운행하는 것이 좋다.

둘째,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가 필수다. 빙판길에서의 급제동은 차량 조향력을 잃기 쉬우므로 아무리 고급 사양의 안전 보조 장치가 장착된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급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엔진 브레이크로도 감속이 가능해 미끄럼 사고를 면할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갈 공간이 확보된다. 빙판길에서의 가장 필요한 운전 습관이라 하겠다.

셋째, 차량 관리 측면에서 겨울철 스노타이어나 스프레이 사용, 주기적인 새 타이어 교환 등 타이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빙판길로 인한 대형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도로의 열선 도입, 지열 감지 기술 개발, 그루빙 등 노면 미끄럼 방지 조치, 위험 구간 사전 내비게이션 안내 등 다각도로 예방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선 운전자로서 최선의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는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 시 앞차에 바짝 붙여 운행하는 나쁜 운전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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