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익명기부의 주인공. 동료들 “약자를 배려하는 정의감 남다른 사람” 이구동성
"시민들은 우리 공무원 월급을 주는 귀한 분들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시민과 학생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경북 상주시청에서 16년째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과 장학금을 내놓는 익명 직원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단골 성금 기탁 직원은 상주시에서 30년째 근무하는 김남규 주무관(57·7급)이다.
현재 청소년 수련관에 근무하고 있는 김 주무관은 지난 1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며 상주시장학회에 200만원을 기탁한데 이어 최근에는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성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박봉의 공무원이지만 올해만 400만원을 내놓았다.
상주시장학회는 "김 주무관이 지난 2015년에도 200만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출향인사나 기업체 및 각종 단체에서 주로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지만 상주시청 직원이 총 4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한 것은 상주시 장학회 발족 이래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주무관의 성금 기탁은 사실 2004년부터 시작됐다.
상주시에 따르면 김 주무관은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익명으로 기부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2004년 당시 20만원의 첫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냈는데 별일 아니니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매년 50만원씩을 내다가 월급이 올랐다며 6년 전부터 100만원씩 매년 냈다.
이에 당시 사회복지과장이 "좋은 일인데 이제 익명으로 하지 말고 보도자료 사진도 찍고 윗선에 알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러자 김 주무관이 고함을 지르면서 "그럴 거 면 성금을 도로 가져오라"며 엄포를 놓았던 일화가 취재과정에서 전해졌다.
김 주무관의 고집 때문에 그의 선행은 계속 비밀(?)에 붙여졌고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이 없듯이 최근에야 알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동료들은 "그가 복권에 당첨되거나 부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간부직원도 아닌데 이렇게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실천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이구동성이다.
동료들에 비춰진 그의 모습은 카리스마 있는 인상과 자리와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주변에서는 그를 "고향 상주에 대한 애향심과 약한 자를 배려하는 정의감이 남다른 사람"으로 평가한다.
간부직원들에게 소신발언을 서슴지 않아 그들에게 그는 매우 껄끄러운 존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퇴직할 때가 돼가니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자고 일어나면 '오늘 하루 살았구나, 오늘 하루도 눈을 떴구나' 라며 삶에 대한 고마움과 의미를 잘 되새기고 있습니다."
김 주무관은 "지금까지 해왔던 나눔과 섬김에 대한 사명감은 퇴직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