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꼬마전구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걸 보니 연말이 다가옴을 느낀다. 추운 겨울이 되면 예전 길거리에서 장작불을 지펴 구워내던 군고구마가 그리워진다. 군고구마를 한봉지 사서 가족들과 호호 불어가며 먹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겨울엔 미국 작가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자주 떠올려진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줄거리를 간단히 되뇌여보면 뉴욕에 사는 여류화가 존시는 폐렴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된다. 의사는 존시가 이대로는 생존 가망이 극히 낮다고 선언을 한다. 삶의 희망을 잃은 존시는 담장에 있는 담쟁이 덩굴잎을 보면서 그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낸다.
존시의 아래층에 언젠가는 걸작을 만들 것이라는 말만 입에 달고 사는 냉소적인 무명화가 베어먼이 살고 있다. 그는 존시의 이야기를 듣고 무시하고 비웃어 넘겨 버린다. 어느 비바람이 심하게 부는 밤 담쟁이 덩굴잎이 하나만 남게 되자 삶을 비관하던 존시, 그날 저녁에도 비바람이 심했고 절망에 사로잡힌채 잠에 들었던 존시가 눈을 다시 뜬 그 다음날, 놀랍게도 전날 붙어있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것을 발견한다. 이에 존시는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기력을 되찾아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사실 마지막 남은 그 잎새는 한편의 걸작도 남기지 못한 베어먼이 밤새 애써 그린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걸작이었다. 그는 이 걸작과 희망을 안기고 홀연히 한줌의 재로 변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누구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고 희망과 의지를 가지면 우리 신체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내용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설중 하나이다.
소소한 이런 일들이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진료실에서 생긴다. 다양한 관절질환으로 불편함을 겪으시는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는 진료실. 의학적으로는 주사나 약물같은 보존적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심한 관절염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환자분 중 경제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술적 치료를 어려워 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을 뵈면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3인칭 시점에서 환자를 바라봤지면 요즘은 그 내막이 뭔지, 이 상황에서 의사로서 내가 해드릴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해본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다시한번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수술에 임해서도 환자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차가운 날씨탓에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아 혈행장애가 심해지고 혈액순환이 떨어져 통증을 많이 느끼게 된다. 또 근육이 경직되기 때문에 따뜻할 때 보다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 활동량 또한 줄어들어 관절 유연성이 떨어져 작은 충격에도 부상이 잘 생기고 통증을 많이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체온을 잘 유지하고 관절을 따뜻하게 보호하는게 중요한 겨울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바쁘게 지내면서 잊고 지낸 나의 과업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필자를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에게 성심성의껏 하는 진료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희망과 용기를 드릴수 있도록 한번 더 생각하게끔 한다.
대구 올곧은병원 우동화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