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읍참마속'을 외치며 당직 쇄신을 단행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심재철 국회의원이 새로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한 명은 당을 이끌고, 다른 한 명은 당내 의원들을 대표한다. 전통 있는 보수 정당의 명실상부한 두 명의 장수이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너무 다르다. 대여 투쟁, 그 가운데 '단식'을 예로 들자.
황 대표는 평생 두 번의 단식을 했다. 최근 마친 8일간의 단식이 하나이고, 고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 게 전부다. 황 대표는 고시 공부 장소를 지방의 한 기도원으로 잡았는데, 기도원 규율이 3일 금식 이후 정식 입소여서 할 수 없이 단식에 임했다. 금식 후 "머리가 너무 맑아졌다"는 게 추경호 국회의원의 전언이다.
황 대표는 최근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했다. 8일을 꽉 채우고 정신을 잃기까지 했다. 고시 합격 후 평생 공안검사와 고위 공직자로 살던 그에게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반면 심재철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386 운동권 세대이다. 광주 출신인 그의 정치적 뿌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돼 지금도 고문 후유증으로 시달린다고 한다.
단식을 밥 먹듯 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그래서 심 원내대표에게 단식 투쟁은 더 이상 강공으로 보여질 리 없다. 소속 의원을 이끌고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할 그의 투쟁 리더십 수위가 어디까지일지 벌써부터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두 사람의 당 내 지지 세력도 극명하게 갈린다.
황 대표는 두 번의 당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초·재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천 혁신을 부르짖으며 중진 물갈이론에 앞장섰고 현역 의원 50% 공천 탈락이라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당장 중진들이 불안했다. 불안 심리를 활용해 심 원내대표가 등장했다. 그는 '공천 대학살론' 대신 "여러 의원님들의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며 의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중진들이 대거 몰렸고, 원내대표 1차 경선에서 39표에 불과하던 그의 득표 수가 2차 결선에선 52표로 늘어났다.
정치 경력 면에서도 심 원내대표는 5선으로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면 당 내 최다선이고 황 대표는 배지를 한 번도 달아 본 적이 없다.
황교안·심재철.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나온다.
한편에선 두 사람의 전혀 다른 경력과 정치 스타일을 놓고 상보 관계로 보는 이들이 있다. 각자의 장점을 부각하면서 부족한 점은 서로 채워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이다. 중앙당과 원내 운영에 견제가 생겨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찾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대로 각기 다른 스타일과 당 내 지지 세력 탓에 사사건건 부딪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특히 공천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을 치른다면 당은 복잡한 내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공천 문제는 중앙당 대표 권한이지만 심 원내대표는 이미 "공천에 개입해 황 대표에게 직언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월권 논란이나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다. 황 대표 측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지만 심 원내대표 입장에선 당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할 것이 뻔해 양측의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17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이다. 공천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상호 보완 공생 관계로 발전할지, 분당까지 가는 시발점으로 악화할지의 문제는 의외로 빠른 시일 내에 드러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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