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엉덩이 근육노화 대책 세워야

입력 2019-12-18 11:18:39 수정 2019-12-18 15: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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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 조교수

김종근 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 조교수
김종근 김천대학교 스포츠재활학과 조교수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쇠약해져 질병, 사망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동시에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인체 다양한 부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노화라 부른다. 노화에 처한 인간은 '삶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노화 현상은 65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20, 30대 청년층에서도 근감소증, 즉 인체 전반의 골격근이 과도하게 줄어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해 충격을 준다. 노화가 더 이상 노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감소증은 근육이 감소한 자리에 체지방이 들어차 비만, 만성질환 증가, 대사질환 등을 유발하는 증상을 이른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악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줄어들고 의료비와 건강보험, 복지 수요는 늘어 사회적 비용 증가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협적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신체활동 저하에 따른 문제가 속속 발견된다. 흔히 인체 동력을 만들어 주는 엉덩이 근육, 즉 '파워 존'(Power Zone)에서 근감소증이 두드러진다.

한국스포츠정책개발원은 최근 제자리에 선 20대 여성 참가자들의 엉덩이 근육과 대퇴이두근(햄스트링)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선 평소 꾸준히 운동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무직 여성의 엉덩이 근육의 활성도가 현저히 낮았다. 사무직 여성들은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생활하면서 엉덩이 근육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이 탓에 근육이 쓰임새를 잊어버리는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있는 것이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우리 사회 20, 30대 청년층이 학업과 취업 준비, 업무량 증가 등을 이유로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상당한 데서 나오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 현대인은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의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서 업무를 보도록 돕는 '스탠딩 데스크' 등이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앞으로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또 젊음을 무기로 신체활동을 하지 않을수록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빠지는 청년층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청년층은 노화를 맞닥뜨린 노인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신체적 문제를 겪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미 진행한 근감소증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고단백 영양을 섭취하면서 걷기와 계단 오르기 등 저항운동 중심의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 방법이다.

고령화 시대인 오늘날, 지역 청년층마저 근감소증과 엉덩이 기억상실증에 처한다면 '스포츠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경북의 도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엿보인다.

미국은 2016년부터 근감소증을 자연스러운 인체 변화가 아니라 일종의 독립된 질환으로 보고 관리하는 추세다. 근감소증을 예방토록 하는 온라인 진단과 관리 플랫폼을 구축,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당국도 기업 등과 손을 맞잡고 근감소증 예방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민들의 휴식과 산책, 운동 시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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