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서 백자 넘어가는 과도기 등장…거칠고 자유분방한 미학 담긴 그릇

막사발이란 밥그릇․국그릇․막걸리 사발 같은 것을 이르던 말이다. 그 이름은 막걸리의 '막'처럼 막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그것은 우리네 민서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던 그릇으로, 대접과 같은 모양이다. 몸체의 벽면은 곧게 솟아올라 있고, 아가리는 넓게 바라진 형태를 갖고 있다. 살이 두껍고 표면이 까칠한 것이 특징이다.
막사발을 만든 사기장(砂器丈)들은 대를 이어가며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들의 생활은 무척 가난하였으며, 평생을 무명으로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처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온 사람들의 성정이 막사발에 배어들어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드러난 것이다. 막사발은 고려 말 청자가 쇠퇴하고 백자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만들던 곳도 진해․하동․고성 같은 일부 지역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심수관이나 이삼평 같은 도공들을 꼽을 수 있다. 심수관은 일본의 도자기를 국제화한 최고의 도공이고, 이삼평은 일본 백자의 창시자로, 그들은 영주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장인으로 대우받으며 살았다. 그들에 의해 다완(茶碗)이 만들어졌고, 그것은 차사발로 사용되었으며, 보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거기에는 이전의 일본 찻잔과는 달리 새로운 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거칠면서도 자유분방하고, 비대칭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은 낯선 아름다움이었다.
일본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이도다완(井戶茶碗)'이라는 이름이다. 원래 조선에서 국그릇이나 막걸릿잔 같은 생활 도구로 쓰였던 것이다. 그 진가를 처음으로 알아본 사람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차(茶) 선생이었던 센노 리큐(千利休)라는 승려였다. 그는 막사발을 보고 '찻잔 안이 마치 작은 옹달샘을 보는 듯하다'며 그 자연스러움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지만, 기교를 배제함으로써 나오는 순수한 아름다움에 감탄한 것이다.
일본인 가운데서도 지성인들이나 최고 수준의 도공들이 막사발을 좋아하였다. "막사발은 우리 일본인들에게 신앙 그 자체이며… 영원한 안식처로 이끌어 주었던… 신과도 같은 그런 존재였다"고 말했다. 어떤 다인(茶人)은 이 그릇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신의 그릇'이라며 '성(城) 과도 안 바꾼다'는 말을 탄생시킨 일화가 있다. 그런가 하면 대표적인 작품은 교토에 있는 대덕사(大德寺)에 모셔져 있다.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그릇인데, 그 자연스러움에 놀랄 지경이라 한다.
막사발은 매우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그릇이다. 원래 이 그릇은 청자에 흰색을 입힌 분청자에서 나왔다. 분청자를 유약에 담그든지 아니면 붓으로 유약을 거칠게 칠하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분청자가 이미 무척 자유분방한 미학을 자랑하는 그릇인데, 막사발은 더 거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빼어난 미적 감각으로 만들었던 그릇을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재현할 수 없는가?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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