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공연 예술가들은 연말이 되면 상당히 바빠진다. 송년 음악회나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 등 각종 행사와 공연에 출연할 일이 많다. 어떤 예술가들은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연계에서는 연말이 공연 성수기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고 년 초가 되면, 그 많던 행사와 공연은 신기루였던 듯 사라지고 온 세상이 겨울잠에 빠진 듯 공연계가 조용해진다. 공연계의 비수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 공연 비수기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우울감에 빠진다.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정신없이 공연을 하던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일이 없는 상태로 홀로 지내다보면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올해 과연 일이 생기긴 할지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어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도 생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년 초에 일이 없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직 예산이 집행되지 않았고 지원사업도 발표 전이고 여러 기관이나 단체들이 계획을 세우는 기간이라 공연이 많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안다고 해도 일 없이 홀로 집에 있으면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이 우울한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여행이다.
딱 작년 이맘때이다. 필자는 홀로 2주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위험하다. 안 된다. 무슨 일이 있냐고도 물었다. 특히나 홀로 떠난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는 기필코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하고 떠난 것이다.
그냥. 혼자 가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익숙한 곳에서 떨어져 새로운 곳에서 나를 보고 싶었다. 일상에 갇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오롯이 나를 느끼는 경험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여행에는 여러 가지의 목적이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떠나는 여행도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한 여행도 있다. 세계의 명소를 탐방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자신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여행은 그 목적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행을 떠나는 이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며 가끔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것을 발견 하게 된다. 마치 인도를 찾아 떠났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처럼.
새해가 밝아오면 일이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하기 보다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이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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