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이 '인구 1만7천 명 붕괴'라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영양군의 인구는 7만791명이던 지난 1973년이 분수령이었다. 그때부터 내리막길로 들어선 인구수는 산업화에 따른 젊은 층의 유출로 2002년에는 2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한때는 모범 사례로 평가될 만큼 적극적이었던 군 당국의 출산정책도 역부족이었다. 지난 10월 말에는 인구가 1만7천1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지역의 존립이 시한부로 내몰리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영양군은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인구 지키기 범군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영양군의 기관단체와 기업 관계자들은 지난달 29일 모두 군청 대회의실에 모여 비상 대책회의와 함께 결의대회를 가졌다.
학생들의 역외 진학 문제, 공무원 전출 제한, 기관 직원들의 숙소 제공, 농업기반 조성을 통한 도시민 유치 등의 장·단기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공직자와 기관단체, 기업 임직원들은 물론 친인척·출향인을 대상으로 주소지 이전 운동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영양뿐만 아니다. 군위·의성·청송·청도·봉화 등도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높은 지역에 속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의 24개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단양군청에 모여 '특례군' 법제화에 나서기도 했다. 인구가 3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거나 정주 여건 악화로 소멸 위험에 직면한 지자체에 국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우선해달라는 것이다.
영양군처럼 인구 2만 명 회복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곳도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지자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국가적 현안이 되었지만 뚜렷한 해법 또한 없는 게 현실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상호 협력과 해법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경제정책 실패와 정쟁의 일상화로 혼란의 늪에 빠진 현 정권이 그럴 여유나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