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입력 2019-11-29 16:26:39 수정 2019-11-29 20:17:55

전병용 경북부 기자
전병용 경북부 기자

50년 전 경북 구미는 선산군 구미읍이었다. 인구는 불과 2만 명이 조금 넘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이런 구미에 1969년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의해 국가산업단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73년 1국가산업단지가 완공되고, 1983년 2단지, 1992년 3단지, 2006년 4단지가 잇따라 준공됐다. 현재 5공단이 조성 중이다.

구미는 37.7㎢의 내륙 최대의 첨단수출 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 1999년 전국 단일공단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05년에는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대한민국 수출의 10%가량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이렇게 구미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산업단지 덕분이다. 그리고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은 수출전진기지를 만들겠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공단 조성 50년을 맞은 지금 박 전 대통령이 홀대받고 있다. 구미시는 9월 18일 구미코에서 열린 구미공단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빼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만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을 상영해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뒤늦게 사과까지 했다.

불과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이하 공단본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단본부는 26일 구미 광평동 수출산업탑 앞에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50주년을 기념하는 '선언문비'와 '번영의 문'을 세웠는데,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없어 다시 '박정희 흔적지우기' 논란(매일신문 11월 29일 자 2면)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공단본부 측은 "선언문비의 공간이 좁아 박정희 대통령을 언급하지 못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선언문비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공단본부 측은 또 "선언문비에 박정희 이름을 꼭 넣어야 하느냐. 그럼 정치적 의미가 너무 포함된다"고 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역사에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일들은 가뜩이나 삶이 고단한 시민을 분노하게 할 뿐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50주년을 맞아 화합하고 단결해야 한다.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를 지우려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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