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전 시즌 조작 사건과 '카라'의 전 멤버 구하라가 갑작스레 숨진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했던 연예계 '11월 괴담'이 올해에도 재현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월 괴담'이란 매년 11월에 연예계, 방송가에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는 일종의 징크스이자 도시 괴담이다. 마치 짠 듯이 11월만 되면 연예계에 사망, 결별, 범죄, 사고 등의 사건들이 터진다는 것이 이 괴담의 골자다. 올해의 경우 11월 2일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교통사고를 낸 것 부터 프로듀스 101 전 시즌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져 결국 담당 PD인 안 모 PD와 김 모 CP가 구속됐다. 또 배우 김호영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기도 하는 등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11월 괴담이 일반에 알려진 건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이미 연예계에서는 80년대부터 소문처럼 돌기 시작한 이야기라고 한다. 이 괴담의 시초가 되는 사건으로는 1968년 11월 10일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노래한 가수 차중락이 뇌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을 꼽는 경우가 많다. 이 괴담이 연예가에 확산이 된 건 1987년 11월 1일 가수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부터다. 이후 1988년 가수 최병걸 사망(11월 7일), '강병철과 삼태기'의 리더 강병철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11월 22일) 등으로 점점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 11월 1일 가수 김현식이 간경변으로 숨졌고 1995년 11월 20일 '듀스'의 김성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11월 괴담은 연예계 내부에서는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연예계 대형 사건들이 꼭 11월에만 터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가장 큰 연예계 이슈였던 '버닝썬 게이트'는 1월~3월에 걸쳐 이슈가 제기됐고, 2017년에는 영화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과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12월에 일어났다. 그리고 2010년에는 가수 MC몽의 병역 기피를 위한 고의 발치 의혹, 방송인 신정환의 원정 도박, '에픽하이'의 타블로 학력 위조 의혹 제기 등이 모두 9월에 일어났다.
이 때문에 11월 괴담의 실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실체가 없는 괴담이자 낭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1월 괴담은 왜 생겨난 것일까. 가장 강력한 가설은 11월이 되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시즌이 종료되면서 스포츠 신문에서 스포츠 기사 대신 연예 기사를 더 싣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더이상 스포츠 관련 기사를 낼 거리가 없다시피 한 11월이 되면 기사거리를 연예계 쪽에서 찾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이전부터 알고 있던 연예계의 치부를 크게 터트리거나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때보다 크게 싣게 된다는 것. 또 11월부터 연말까지가 검찰과 경찰의 성과 평가와 인사고과가 이뤄지는 기간이라 실적을 올려야 하는 검찰과 경찰이 이 시기에 내놓는 것이 없으면 곤란한 만큼, 더 일찍 터뜨릴 수 있는 것도 11월쯤 알려지도록 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괴담에 연예계는 크게 휘청이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연예인들은 11월이 되면 각종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연예매체는 11월만 되면 '11월 괴담'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거나 이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 놓는다. 11월 괴담과 관련한 많은 기사에서 내린 결론은 '다양한 이유로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불안함의 시기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이 빚어내고 왜곡하는 스토리텔링의 확대재생산' 또는 '성과가 정리되는 시점에서 오는 회의감에 발생한 연예인들의 삐딱선 타기' 등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지금도 11월에 뭔가 흉흉한 사건이 생기면 덮어놓고 11월 괴담과 결부시키려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11월 괴담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