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오른 '블랙컨슈머 환자의 갑질' 어땠길래?

입력 2019-11-27 18:28:18 수정 2019-11-27 23:42:35

대구 한 대학병원서 의료급여 환자 가족 상습 횡포…의료진 수시로 트집 경찰 신고
같은 병실 타 환자도 피해 민원…진료거부, 강제퇴원 제한 악용, 병실서 버티기

의료진과 다른 환자·보호자들에게 갑질을 부리는 한 의료급여대상 환자 보호자 탓에 대구 한 대학병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의료진의 퇴원 처방을 거부하고 폭언과 상습적인 고발을 일삼고 있지만, 의료법상 병원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 탓이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블랙컨슈머 환자의 갑질행위'라는 제목으로 "의료급여 환자와 보호자가 퇴원 처방을 거부하고 장기간 의료진과 다른 환자·보호자들을 괴롭히고 있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현재 해당 게시글에는 5천6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글을 올린 병원 간호사 A(51) 씨는 27일 "보호자 B씨가 지난 4월부터 7개월간 치료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지시와 명령을 한다. 간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녹음하고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간호사 C(49) 씨도 "B씨는 '일회용 기구를 왜 온종일 사용하느냐', '너는 자격이 없다' 등 각종 항의를 쏟아내는데 아무리 병원 규정을 설명해도 안하무인"이라며 "B씨가 자고 있을 때에는 다른 환자에게 의료처치나 간호를 아예 못하게 방해하거나, 보호자가 해야 할 일들을 간호사에게 강요하기도 한다"고 했다.

B씨의 갑질 때문에 불안·우울·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며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간호사가 6명이나 된다.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 및 보호자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B씨가 걸핏하면 갖가지 핑계로 의료진과 환자·보호자를 신고해 하루에도 서너 번씩 경찰이 출동하거나,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보안요원 D(52) 씨는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B씨는 '누군가 본인 물건을 건드렸다'며 폐쇄회로(CC)TV 확인과 함께 경찰 과학수사대까지 불러 지문감식을 하기도 해 24시간 3교대 보안팀이 나와 지킬 정도"라며 "같은 병실 환자들의 불편 민원이 속출해 5인 병실을 보호자 B씨와 환자 둘이만 쓰고 있다"고 푸념했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 7개월간 100여 건에 달할 만큼 B씨가 잦은 경찰신고를 남발하면서 의료진의 맞고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10여 명 이상의 의료진이 B씨를 고소한 상태로, 경찰이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병원 측은 한달 전부터 별도 팀을 구성해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무턱대고 진료거부를 하거나 강제 퇴원조치를 할 수 없어서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이유가 없는 데도 퇴원을 거부하고 있다. 해당환자는 의료급여 지원 대상으로 병원비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기 때문에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병원직원 및 다른 환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의료급여 제한과 강제 퇴원조치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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