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맞아 고개 드는 '음주운전'…'윤창호법' 5개월 만에 무색

입력 2019-11-27 18:31:14 수정 2019-11-27 21:40:49

"대리기사 부르기 애매" 변명. "예전엔 훈방 수치" 볼멘소리…시행 전후 487→10월 629건

26일 밤 경찰이 대구시내 주요 도로에서 야간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26일 밤 경찰이 대구시내 주요 도로에서 야간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저도 전직 경찰이었습니다. 대리운전 부르기 애매한 위치여서 잠시 이동한다는 게 그만…."(음주 운전자)

"현직 경찰이라도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됩니다."(단속 경찰관)

26일 오후 11시 32분쯤 음주운전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대구 북구구민운동장 앞 도로에서 음주운전자와 경찰 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운전자 A씨는 음주 단속 현장 100m 전 차를 버리고 도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그는 경찰 식구였음을 강조하며 무릎을 꿇고 빌기까지 했지만, 경찰관은 단호히 음주측정을 진행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63%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자정이 지난 시간, 이번에는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 B씨와 SUV 차량 운전자 C씨에게서 음주 측정기가 반응했다. 이들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각각 면허정지 수준인 0.054와 0.041로 측정됐다.

C씨는 "예전이었으면 훈방되는 수치"라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경찰관이 "한 잔의 술에도 절대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하자 입을 다물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4시간여 동안 대구 도심 곳곳에서 진행된 음주운전 단속에서 3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제2 윤창호법' 시행으로 한동안 감소했던 음주운전이 연말연시를 앞두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을 전후한 올 6월 487건에 불과했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9월 585건, 10월 629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 10월까지 전체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4천9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천667건과 비교하면 월평균 167.9건(25.1%)이 줄어드는 등 예전과 비교하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술자리가 늘어나는 연말연시가 가까워지면서 "한 잔쯤이야"라고 쉽게 생각하는 음주운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뺏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운전자와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술을 조금이라도 입에 댔다면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2윤창호법=지난해 9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윤창호 씨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올해 6월 25일부터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 기준을 강화한 것. 특히 단속 기준이 면허정지는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는 0.10%에서 0.08%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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