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강의 생각의 숲] 어미는 몸으로 자식을 기억한다

입력 2019-11-27 18:00:00

권미강 작가
권미강 작가

'부혜생아 모혜국아'(父兮生我 母兮鞠我·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명심보감 효행 편에 나온다. "어떻게 남자가 아이를 낳나요?" 이런 질문을 자주 불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기 씨를 준 근원(根源)이라는 걸 알고서야 무릎을 쳤던 대목. 아버지건 어머니건 부모가 핏줄인 자식을 제 몸처럼 살피고 아끼는 건 당연하다고 이해했던 구절이다.

어미는 몸 속에서 열 달 동안 자식을 키워낸다. 아비가 준 작은 씨앗을 자신의 몸 안에 들여 뼈를 만들고 핏줄을 이어가고 살집을 키워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다리와 손으로 자식은 어미의 배를 차고 만지고 간질이기도 한다. 눈을 말똥거리고 냄새도 맡고 입술을 오물거린다. 자식은 어미의 생각도 새겨 넣는다. 어미가 울면 몸을 움츠리고 웃으면 따라 웃는다. 열 달 동안 제 몸 속에 어미를 새겨 넣는 존재가 자식이다. 그렇게 한 몸이었던 어미와 자식은 탯줄을 끊고 나서야 둘이 된다.

태어나면 부모가 함께 자식을 보살피지만 태어나기 전 열 달은 온전히 어미와 자식 둘만의 시간이다. 세상에 나와 배우는 첫 말도 '엄마'이니 그 끈끈한 관계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어미는 몸으로 자식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식을 잃었을 때, 어미들은 자신의 몸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 고통에 대해 크다 작다 할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면 말이다. '해인이법' '하준이법' '민식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어린이 생명안전법 뒤에는 한 몸이었던 자식을 잃은 어미들이 있다. 자신들과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다른 아이들이 똑같은 사고에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며 어미들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발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자식을 기억하는 몸들이 읍소하는 모습을 보며 순간 몸의 기억들이 울컥 몸 밖으로 품어져 나왔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그들에게는 그 기억이 없는 것일까? 분노와 궁금증도 함께 품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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