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짓말에 무능한 국가안보실에 국가 안보를 맡겨서야

입력 2019-11-26 06:30:00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협상 내용을 놓고 한일 양국이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지하기로 물러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국장급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고 하고 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다음 일본이 접근해 와 협상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거의 우리의 퍼펙트 게임"(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 외교의 승리"(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라며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따라 곧 열리게 될 국장급 협의가 개최되면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도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추론해볼 근거는 있다. 바로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뱉어낸 말 들이다.

김현종 2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이 이해했다"고 했다. 미국은 "거짓말"이라고 되받았다. "(미국에)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했지만, 지소미아 종료 직전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했다. 그 목적은 한국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손을 벌린 것이다.

정의용 실장도 막상막하다. "지소미아는 한미동맹과 무관하다" "지소미아가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큰소리쳤지만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격앙했다. 미 상원까지 나서 "주한 미군이 위험해지고 미 국가 안보에 직접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정 실장의 말은 둘 중 하나다. 거짓말이거나 한미동맹과 지소미아가 어떻게 결속되는지를 모르거나. 전자라면 거짓말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것이고 후자라면 한미동맹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치명적 무능이다.

이는 국가안보실의 전면적 인적 교체를 요구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무능한 인사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겨 둘 수 없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