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에게 총을 맞고 농수로에 숨어지내던 사냥개(독일포인터 종)를 SBS TV동물농장에서 구조하여 치료한 적이 있다. 가슴, 무릎관절, 앞다리 등에 총알이 박힌 채로 두려움에 떨던 사냥개는 다행히 치료가 시작되자 의료진을 잘 따르며 수술을 잘 극복하였다.
TV동물농장에 사연이 방송된 이후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국에서 자신이 총맞은 사냥개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독일포인터는 전신에 반점이 퍼져 있어 외관상 개체 간 식별이 어려운 품종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으로 보고 자기가 잃어버린 사냥개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마이크로칩이라도 삽입돼 있었더라면 개체 확인이 수월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마이크로칩은 내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선명한 사진이라도 가지고 있는 이는 신체의 무늬 패턴을 비교하여 확인을 해줬지만, 비교할 만한 사진이 없는 이들은 직접 내원해 확인해야 했다. 광주와 경기에서 두 사람이 직접 사냥개를 만나러 왔지만 기대와 달리 사냥개는 전혀 그들을 반겨주지 않았다. 결국 사냥개는 한 가족에게 입양됐다.


이제 우리나라도 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됐다. 유기동물의 증가, 생태계 교란 문제, 들개로 인한 안전 문제는 동물을 돌보던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개와 고양이를 쉽게 키우고 묶어두거나 돌아다니게 방임한 관습이 동물이 버려지고 무분별하게 번식하게 된 배경이기 때문이다.
현행법 상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동물등록제는 내장형(몸속에 시술하는) 마이크로칩과 목걸이 타입의 외장형 마이크로칩을 선택하여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내장형 마이크로칩은 가장 확실한 개체 식별 방법이지만 시술 시 통증이 있고 비용 부담이 있다. 외장형 마이크로칩은 저렴하지만 분실하거나 주인이 의도적으로 악용할 수 있어서 동물등록제의 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동물 개체를 식별할 수 있는 안면인식기술이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동물은 사람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장모종의 경우 털의 상태에 따라 안면인식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반려동물의 안면인식 기술은 사람이 대상인 기술보다 개발이 어렵다고 한다. 이에 따라 홍채와 비문(코의 지문)뿐 아니라 두상의 비율까지 고려한 반려동물 개체식별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반려동물 개체식별 기술이 개발되고 세계적인 표준 기술로 인정받는다면 전 세계 반려동물등록을 위한 마이크로칩 시장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반려동물을 위한 IT 기술 연구는 웨어러블 헬스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웨어러블 IoT(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헬스 케어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옷이나 밴드타입의 센서를 부착하여 일상 활동 과정에 심박과 ECG(심전도)를 측정하여 질병을 예측하거나 복용하는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반려동물의 건강 체크, 실험동물의 연구, 동물원 동물의 건강정보, 야생동물의 재활치료에 활용하고자 연구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형 애완 조류나 물고기에게 직접적으로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 에서 심음의 진동파를 감지하여 심박과 ECG(심전도)를 분석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웨어러블 IoT 헬스케어 기술이 정확해지고 소형화된다면 검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어린이와 치매환자에게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위한 웨어러블 IoT 헬스케어 기술은 사람의 의료 시장으로도 확대될 수 있으며 시장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할 수 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문화도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에 있다. 이미 많은 청년 IoT 전문가들이 반려동물을 위한 웨어러블 IoT 헬스케어와 반려동물개체인식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가 반려동물을 위한 웨어러블 IoT 헬스케어 기술의 가치를 이해하기 바라며, 우수한 IT 인재들이 관련 연구에 매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반려동물 문화가 일부 반려인의 취향 산업으로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국가의 든든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길 소망해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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