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 없는 희귀병 앓이에 태권도장 보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
지적장애를 앓는 유재익(가명·48) 씨는 연신 딸 미연(가명·13)이의 다리를 주물렀다. 어릴 때부터 뇌병변장애와 뇌성마비 등을 앓은 딸은 두 다리 길이가 맞지 않아 절뚝거리며 걷는 탓이다. 그게 마음 아픈 재익 씨는 틈만 나면 미연이의 다리를 주물러주는데 미연이는 "이 때가 제일 기분좋다"고 했다.
미연이는 2014년 알렉산더 병 진단을 받았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해다. 아빠는 엄마를 앗아간 병을 딸이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뭐 하나 해줄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뇌병변·뇌성마비에 희귀병까지 앓는 14살 소녀
알렉산더 병은 뇌신경이 점진적으로 퇴행하는 희귀질환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도 알지 못한다. 이 병으로 인해 미연이는 잦은 마비와 경련으로 고생하고 있다. 평소 계속 마른기침을 하는 등 호흡도 불규칙하다. 그 외에도 언어장애, 시각장애. 지적능력손상 등도 함께 동반된다. 증상이 갈수록 악화되는 탓에 앞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연이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발작으로 인해 밥 먹듯 조퇴를 반복하고 있다. 평소 계단 벽을 잡고 거북이걸음으로 올라갈 만큼 어지럼증이 심하다. 미연이는 "1년 전쯤 학교에서 갑자기 너무 어지럽고 숨쉬기가 곤란해 쓰려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보건실이더라"고 했다.
이렇게 아픈 딸을 보면서 재익 씨는 약을 챙겨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 것이 전부다.
워낙 손 쓸 도리가 없는 병이다보니 몇 년 전 병원에서 "태권도라도 해보라"고 권해 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미연이의 유일한 낙이 됐다. 다만 비용이 부담이다. 재익 씨는 "저렇게 좋아하는데 태권도장 수련회 가는 것조차 억지로 막아야 하는 형편"며 "아프게 태어나게 한 것도 미안한데, 경제적으로까지 힘들게 해 너무 맘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 두 딸만큼은 지켜주고 싶은 지적장애 아빠
지적장애가 있는 재익 씨는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 사리분별력이 온전치 못해 고물을 모아 파는 것 외에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과거에도 학교 졸업은커녕 군대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군병원에만 있다가 전역해야 했다.
그는 결혼하고 나서야 부인의 뇌병변장애가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병원 간호사들에게 물어물어 두 딸을 키우면서 부인 간호까지 함께 했다.
변변한 반찬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평소 복지관 등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동네 주민들이 가져다주는 밑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가 잦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부녀가 아동 급식 바우처를들고 함께 편의점에 가서 끼니를 때우곤 한다.
맏딸(19)은 졸업과 동시에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에 다니는 중이다. 2주에 한 번씩 집에 오는데,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알아서 해결할 만큼 일찍 철이 들었다.
재익 씨는 10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금을 받지만 이 중 월세와 세 부녀의 보험금으로만 70만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 부담하긴 상당한 금액이지만 미연이가 세상을 떠난 부인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두 딸의 장래를 담보할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 탓이다.
재익 씨는 "단칸방에서 10년 동안 부인과 딸 기저귀를 동시에 갈았다. 열심히 아내를 병간호하고 딸을 키우면 언젠가는 복이 올 거라고 믿었는데, 천사같은 딸아이들도 아내처럼 갑자기 내 곁을 떠나게 될까 봐 항상 불안하고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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