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 이상한 역병이 돌자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134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시작돼 1351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이 역병이 온 유럽을 휩쓰는 동안 2천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럽인은 이를 '신이 내린 형벌'로 인식해 기도와 금식으로 이겨내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돌림병인 이 '흑사병'은 '옐시니아 페스티스'라는 균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쥐와 쥐벼룩을 숙주로 한 페스트균에 감염돼 3~6일의 잠복기가 지나면 가슴 등의 통증과 기침, 각혈, 호흡곤란, 고열에 시달리다가 사망한다. 내출혈 때문에 피부에 검은 반점이 생겨 '흑사병'(黑死病)이라 불렸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는 몽골의 서방 원정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많은 사람과 중앙아시아·중국 등에 서식하던 쥐들이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페스트를 확산시켰다는 가설이다. 페스트 때문에 당시 유럽 인구의 20%, 많게는 3분의 1이 줄었다. 유럽이 페스트 이전 인구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300년이 걸렸다는 통계도 있다.
당시 페스트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사람과 물자가 들어오면 따로 격리했다. 처음에는 30일간 격리하다가 40일(quarantenaria)로 늘렸는데 영어의 '검역'(quarantine)의 기원이다. 목욕을 하면 모공으로 균이 침투한다는 인식이 퍼져 목욕을 멀리하는가 하면 '신의 분노'를 가라앉힌다며 유대인을 희생양 삼아 처형하기도 했다.
며칠 전 중국 베이징에서 페스트 환자 2명이 확인돼 격리 치료 중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환자들은 네이멍구 자치구 거주자다. 현재 북미나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콩고 등도 페스트 발생 지역으로 보고돼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그제 "페스트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작고 항생제 비축 등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감염되어도 2일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가능하고 국내에서 발병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스트는 작은 포유동물과 접촉해도 전파되기 쉬워 감염지역 여행 시 특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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