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승객에 성폭언' 택시기사 다시 '운전'할 수 있다?

입력 2019-11-17 17:11:26 수정 2019-11-17 21:43:38

'3년 경력 및 무사고' 채워, 개인택시 개업 가능…"형사처벌 이력 없이 자격 취소 어려워"
피해자 "운전기사 복귀할 때는 법적조치"

해당 녹취는 피해 여성이 "이런 사건이 재발해서는 안된다"며 전체 공개를 요청해 와 문제의 발언을 한 택시기사 목소리를 변조하고 일부 자극적 내용을 삭제한 채 공개한다. 이주형 기자coolee@imaeil.com

여성 승객에게 성적 폭언을 한 대구 택시 운전기사(매일신문 14일 자 6면)가 다니던 택시업체에서 일을 그만뒀지만, 언제든 개인택시 운전대를 잡을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대구시와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해당 운전기사 B(61) 씨는 개인택시 개업 조건인 '운행 3년 경력 및 무사고'를 충족해 언제든 개인택시 면허만 구입하면 다시 택시운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씨가 음주운전이나 성폭력 등으로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택시운전 자격증이 취소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폭언만으로는 성희롱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구 개인택시 면허는 5천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임. 매일신문DB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임. 매일신문DB

택시업계는 B씨의 개인택시 영업은 물론, 법인택시에 재취직하는 것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각 업체에 '채용하지 마라'고 통지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면서 "조합 차원에서 나설 경우 법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운전기사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대인기피증까지 겪고 있다는 피해 여대생 A(23) 씨는 "법조계 의견에 따라 법적 조치를 검토했지만, 운전기사가 해고돼 다시 택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 나설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가해자 측이 택시 운전을 계속 한다면 다시 법적 대응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어 곤혹스럽다. 우선 18일 재취업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국토교통부에 질의하는 등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B씨가 속해 있던 택시회사 관계자는 "녹취를 들은 B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경악하며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B씨는 생계곤란을 호소했지만, 회사는 재발방지를 위해 사표를 수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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