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 30일 전 알려주는 고용 보장제도 마련해야"
국회 보좌진들의 세계를 다룬 한 TV 드라마가 인기리 방영되며 국회 보좌직원은 '국회의원 가방모찌(상사의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사람을 이르는 속어)'라는 인식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그만두라'는 국회의원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고용 환경에 놓여있다.
국회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상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별정직 공무원이다. 이들은 임면권자인 국회의원의 의사에 따라 특별한 예고 없이 면직된다.
실제로 A 국회의원은 19대 국회 말 무렵 의원실 보좌진 전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직원 모두가 사직서를 내자 A 의원은 "내일 아침에 내가 전화하는 사람만 출근해"라고 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A 의원에게 출근해도 좋다는 전화를 받은 직원은 9명 중 단 2명이었다.
20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황당 사례가 있다. B 국회의원실에 근무하는 여성 비서관은 B 의원에게 육아휴직을 쓰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B 의원은 육아휴직은 나중에 이야기 하고 일단 3개월 간 출산휴가를 다녀오라고 했다. 비서관은 출산을 마치고 업무로 복귀하자 마자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B 의원이 그에게 "너 아웃"이라며 면직을 통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 되자 국회 보좌진들이 '최소한의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개 원내교섭단체의 보좌진협의회가 공동으로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해고 예고제도'와 같은 면직 예고제도를 도입, 국회의원이 그만두라고 할 때는 30일 전에 미리 알려주는 등 보좌진의 근로권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한다.
한국당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는 "일반직 공무원은 면직 사유가 엄격히 제한되고 이중삼중 심사를 거친다. 행정부 소속 별정직 공무원은 임용 자격과 절차는 물론 징계와 면직까지 법적 근거가 있고, 인사권자가 이들을 면직하려면 면직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지만 국회 보좌진은 이러한 보호 장치가 없어 형평성에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소속 한 보좌진도 "나도 보좌진이지만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목표를 이루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임면권을 남용하는 갑질은 참을 수 없다"면서 "공공연히 '보좌진은 자주 바꿔줘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중진 의원이 있는데 이런 인식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대 국회에는 강석호 한국당 의원이 보좌진에 대한 법·제도적 보호 장치를 개선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비롯해 모두 4건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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