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없으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체되고, 철학은 불구가 되고, 문학은 벙어리가 되며, 모든 것은 키메리안의 어둠 속에 묻힌다." 지독한 독서광이던 덴마크 의사 바르톨리니아의 말이다.

지은이는 그의 말에 꽂혀 40년을 오직 도서관을 좇으며 살았다. 문자는 누가 왜 만들었는가, 인류는 어떤 매체에 삶의 흔적을 남겼는가, 고대 문자와 매체는 문명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지은이는 반평생 공부하면서 '도서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의문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도서관의 탄생, 도서관의 의미, 도서관의 변화 등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인류의 6,000년 지식문화사를 10년 만에 촘촘하게 엮어냈다.
◆도서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아라비아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소금호수 주변 동굴에서 아주 오래된 항아리가 발견됐다. 그 항아리 안에는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들어 있었다. 누군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것을 파피루스에 기록해 항아리에 보관한 것이다. 고대에 항아리는 서고였고, 동굴은 도서관 건물이다. 인류가 마땅히 남기고 싶은 무언가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탄생했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도서관을 추적해 소개하고 있다. 고대에서는 점토판 3만점이 발굴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아슈르바나팔 왕립도서관, '도서관'이란 명칭이 처음 부여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등을 들며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 있는 고대 도서관을 복원한다. 중세에서는 유럽 수도원 도서관과 이슬람의 모스크 도서관, 로코코 양식의 스위스 베네딕토 수도원 부속도서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세 고딕 양식의 프랑스 몽생미셸 수도원 도서관, 후기 바로크 양식을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아드몬트 수도원 도서관 등 아름다운 도서관을 소개하며 역사적 배경도 세심히 다룬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변천 과정은
'보장왕 645년, 당나라는 고구려를 침략해 궁궐과 왕실 도서관인 장문고를 불태웠다.' 한반도에서 도서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당나라 침략의 기록에 있다. 이 책은 한국 도서관 역사를 추적하고 복원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종교시설이 지식의 중심지로 보고 고려시대 불교 사찰도 다룬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장경장편을 소개하고, 근대 대출도서관으로 18세기 조선의 한양 종루에서 남대문에 이르는 광통교와 그 일대에 성행했던 도서대여점, 세책점도 다룬다. 1906년 '대한도서관' 설립운동이 일어어나고 한일강제병합 직후 조선총독부가 장서 10만여 권을 몰수해 조선총독부 도서관으로 옮김으로써 '미완의 국립도서관'이 됐다. 한국인이 설립하고 운영한 최초의 사립 공공도서관은 김대윤, 진문옥 등이 8천환을 마련해 평양에 개관한 '대동서관'이다. 신관 1만여 권을 갖춰 매주 대출 수가 몇 천 권에 달할 정도로 이용이 활발했지만 한일강제병합으로 폐관됐다. 경성도서관 등 조선인 설립 도서관, 일제 공공도서관 설립 배경, 한국전쟁 때 위기를 겪은 도서관 역사 등도 사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체인 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까지
중세에는 수도사들이 양피지에 필사한 성서 등은 고가의 귀중품 이었다. 그래서 많은 수도원 도서관은 책을 서장과 열람대에 쇠사슬로 고정한 이른바 '체인 도서관' 형태로 운영했다. 도서관의 장서는 소수 특권층, 지배 계층, 부유층, 성직자, 학자의 전유물이었다. 근대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책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18~19세기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개방하는 개인도서관,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회원제 도서관으로 필라델피아 도서관 회사와 영국 리버풀 도서관이 등장했다. 또 최초의 대출도서관은 시인 램지가 1725년 개관한 영국 에든버러 대출도서관이다. 1900년에는 영국 전역에 200개 이상의 대출도서관이 생겨났으며 이 당시 표준 연회비는 당시 유행하던 세 권짜리 소설 가격의 2배 였다고 한다. 최초의 무료 공공도서관은 1850년 영국에서 '공공도서관법'이 통과되면서 설립되기 시작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는 카네기가 막대한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공공도서관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모바일 앞에 도서관이 가야할 길은
최근 영국 등 국가에서는 예산 절감을 위해 도서관 개관시간 축소에 이어 폐관에 이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서관보다 인터넷이 정보를 찾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도서관은 검색엔진, 포털사이트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충실한 장서 개발을 전제로 커뮤니티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 고품질 장서 중심의 지식정보 서비스 역량을 높이고, 이용 계층별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역주민이 편안하게 자료와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정보공동체를 운영해 지식문화공간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도서관은 카페 같은 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창의적 지식발전소, 융합 지식 생산 공간, 지역사회 큐레이터, 아이디어 스토어, 지능형 통합검색센터 등 여러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 영국 아이디어 스토어, 네덜란드 DOK 라이브러리 콘셉트 센터 등 세계 곳곳의 사례를 중심으로 도서관이 기존의 역할에서 어떻게 확장하고 변신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앞세운 카페 같은 분위기, 통유리를 설치한 개방형 입구, 붉은 벽돌로 장식한 외형 등 국내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들도 많다. 476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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