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의전원 탈락에 과감해진 '스펙 관리'…표창장 위조하고 경력 부풀려
집에서 생육일기 쓰고 연구소 활동확인서 받아…정경심 측 "진실 법정서 규명"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는 딸(28)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것으로 검찰이 결론 내렸다. 딸이 한 차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에서 탈락하자 아들(23)의 상장을 이용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한 뒤 의전원 입시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정 교수의 추가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다니던 딸은 2013년 3월 차의과대학 의전원 우선선발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다. 정 교수는 위조한 동양대 영재교육원장 영어영재교육센터장 명의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내고도 떨어지자 총장 명의의 상장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검찰은 진단했다.
정 교수는 같은 해 6월 딸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 때 아들의 동양대 총장상을 스캔해 총장 직인 부분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냈다. 이후 상장 서식 한글 파일에 딸의 이름과 인적사항 등을 적은 뒤 직인 이미지를 아래에 붙이고 컬러 프린터로 출력했다.
딸은 이 위조된 표창장을 사용한 그해 서울대 의전원 수시모집에서 1차 서류전형은 합격했지만 2차 면접전형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4년 9월 부산대 의전원 수시모집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딸은 의전원 입시에서 위변조 서류 사용 시 입학 취소 등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도 작성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조 전 장관의 딸은 한영외고 시절인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개월간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5~7월에는 한 달에 1~2번 정도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 가서 수초 접시에 있는 물을 갈아주는 등 체험활동을 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대학 동창인 김모 공주대 교수에게 부탁해 딸이 국제조류학회에 발표될 논문 초록에 3저자가 될 수 있게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썼다. 관련 연구나 실험에 딸이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장 명의의 허위 체험활동확인서를 받았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이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는 또 딸이 한영외고 1학년이던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2주간 경기도 용인시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체험활동을 했고, 정 교수는 딸의 한영외고 친구 아버지인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체험활동 및 관련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한 것으로 나온다.
정 교수는 남편인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활동하던 2009년 5월 센터에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 세미나'를 열자 품앗이 차원에서 딸과 장 교수의 아들이 실제 센터에서 인턴을 한 것처럼 확인서를 만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 이외에도 각종 서류를 허위로 만들어 딸의 입시에 쓰일 수 있게 했다고 검찰은 결론 냈다. 딸이 호텔경영 관련 학과 지원에 관심을 보이자 워드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습수료증과 인턴십 확인서를 만들었고, 한국과학기술원(KIST)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참여 확인서를 만들 때도 같은 방법이 쓰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