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90가구 빼곡, 컨테이너엔 24가구
70~90대 이재민 '그냥 자다가 죽으면 이런 고통 사라질까' 생각
한평생 돈 모아 산 집 송두리째 날라가 '집도 절도 없는 신세' 억울
'누구 하나 죽어야 해결되나.'
12일 오후 1시쯤 찾은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체육관 입구엔 2년 전 발생한 11·15 포항지진 이재민들의 한(恨) 섞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문구처럼 체육관 내부에선 적막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재민 90가구 205명이 3.3㎡(1평) 남짓한 텐트에서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40~60대의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생계 탓에 가끔 텐트를 비우기도 해 평소 체육관을 채우고 있는 이들은 30~40명의 70대 이상 노인이다.
이날도 체육관에서 마주친 이재민은 80대 노인이 대다수였다.
80대 한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이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은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집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싶다"며 "요즘은 자다가 그냥 조용히 죽으면 이런 고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이재민들은 지난 3월 정부조사단이 포항지진을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하면서 '이제 정부가 우리를 도와주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발표에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자 기대는 불만으로 변했고, 현재는 폭발하기 직전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최근 포항시가 이곳 이재민을 대상으로 LH 임대주택 이주 가구 신청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이 중 62가구만 신청했을 뿐 노인이 대부분인 나머지 가구는 이주한다고 해도 2년밖에 살지 못하는 데다,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이 살기에 악조건인 환경 등 탓에 잔류를 희망했다.
이런 사정은 체육관 인근에 설치된 주거용 컨테이너 '11.15 지진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지진으로 주택 등이 파손돼 더는 살 수 없게 된 이들이 애초 33가구 55명이 모여 살았다. 거주 기간은 2년이어서 오는 14일까지만 살 수 있었던 것을 최근 정부가 1년 더 연장해 내년 11월 14일까지는 머물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비교적 젊은 층인 9가구는 살길을 찾아 나갔지만, 70~90대 노인 24가구는 여전히 27.1㎡(8.2평) 컨테이너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90대 할아버지는 "내년에 이곳을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나 막막하다. 평생 돈을 벌어 내 집 하나 장만한 것에 보람을 느끼고 살았는데, 집도 절도 없어진 신세가 너무 처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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