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는 맹장이 없다? 맹장염 걸린 소망이

입력 2019-11-12 11:04:09 수정 2019-11-12 11:04:11

소망이 복강 CT상에 맹장부의 부종과 주변 장기의 복막염 소견이 관찰된다. (사진출처: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소망이 복강 CT상에 맹장부의 부종과 주변 장기의 복막염 소견이 관찰된다. (사진출처: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소망이(6·몰티즈)가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소망이는 평소에 매우 활발하고 식탐이 왕성한 반려견이었다. 2개월 전부터 설사와 식욕부진이 반복되며 복통까지 앓았다. 소망이는 이미 여러 동물병원을 다니며 췌장염과 장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도 받았으며 당시에도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으면 며칠 동안 증상이 호전되었다가도 복통이 재발한다고 보호자는 하소연했다. 혈액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음파 소견과 실험실 검사에서 IGF-I(Insunlin-like Growth Factor-1)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복강 종양 또는 복막염이 의심되었다.

맹장의 비대와 국소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과 소장의 충혈(사진 좌측)이 확인되었다. 적출된 맹장(사진 우측). (사진출처:탑스동물메디털센터)
맹장의 비대와 국소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과 소장의 충혈(사진 좌측)이 확인되었다. 적출된 맹장(사진 우측). (사진출처:탑스동물메디털센터)

복강 CT 검사 결과 맹장을 중심으로 소장과 장간막의 광범위한 부종과 복막염 소견이 발견되었으며 서둘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복강을 절개하자 맹장은 염증으로 인해 단단하게 뭉쳐 있었고, 맹장에는 3mm정도의 천공 흔적이 발견됐다. 장이 천공되면서 장내 오물이 복강으로 누출되어 복막염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소망이는 맹장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입원기간 동안 복막염에 대한 집중적인 약물 치료가 이루어졌다. 퇴원 후에도 2주간 식이 처방이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원래의 활달한 모습으로 회복하였다.

소망이의 맹장염과 맹장이 적출되어야 하는 상황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개의 맹장의 해부학적인 차이점을 설명해야 했다.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개는 맹장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맹장과 충수돌기의 해부학적 구조(사진 좌측)와 정상 충수돌기와 충수염(우측) (사진출처: https://www.clien.net)
사람의 맹장과 충수돌기의 해부학적 구조(사진 좌측)와 정상 충수돌기와 충수염(우측) (사진출처: https://www.clien.net)

사람에게 발생하는 맹장염은 맹장 끝에 달려있는 충수돌기(appendix)에 발생하는 염증을 의미하며 정확하게는 충수염(appendicitis)이라 부른다. 우측 아랫배가 찌르듯이 아프면 충수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는 초음파 진단으로 충수돌기가 8mm 이상 부어 있는지, 통증과 염증이 있는지를 확인하여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사람의 충수돌기는 장 미생물의 저장고 역할을 하며 굳은 변, 기생충, 이물질 등에 의하여 충수염이 발생하면 극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반면 개와 고양이는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결합부에 맹장이 돌출되어 존재하며 충수돌기가 없다. 이렇듯 각 동물의 해부학적인 구조는 오랜 기간 각 동물이 살아왔던 생활 섭식 형태에 따라 다르다. 의학과 수의학이 유사하면서도 분야가 나뉘어지는 이유이다.

개의 맹장(CECUM·좌측 돌출 부분)의 해부학적 구조 (사진출처: https://veteriankey.com)
개의 맹장(CECUM·좌측 돌출 부분)의 해부학적 구조 (사진출처: https://veteriankey.com)

사람에게 맹장염은 일생에 누구나 경험할 수있는 다발하는 질병인 반면 개와 고양이에게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사람의 경우 충수염을 통상적으로 맹장염이라 부르지만 개는 맹장에 염증이 직접적으로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맹장수술은 맹장말단부에 달려있는 충수돌기는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소망이에게 시술된 맹장 적출 수술은 맹장 자체를 적출하는 매우 큰 수술이다.

매우 드문 개의 맹장염을 경험한 수의사가 "개의 질병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라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이렇듯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수술과 치료법이 매년 소개되고 있으며 더 정밀한 검사들이 활용되고 있다.

반려인의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 수록 수의학은 점점 더 깊어지고 정밀해지고 있다. 생명을 책임지는 수의사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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