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곳간을 제 것인 양 쓰는 文정부

입력 2019-11-12 06:30:00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재정 확장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며 이렇게 발언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지만 재정 확장에 목을 매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정부의 의중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우선 나라의 곳간 사정이 청와대 대변인이 표현한 것처럼 작물이 썩어버릴 수준은커녕 텅텅 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세수가 1년 전보다 5조6천억원 감소한 반면 재정지출은 40조8천억원 급증했다. 이로 말미암아 통합재정수지가 26조5천억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57조원 적자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족한 재정을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충당하다 보니 국가채무는 9월 말 694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2조6천억원 늘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아낀 덕분에 넉넉한 나라 곳간을 물려받고서도 곳간 사정이 이렇게나 악화한 것은 정부가 잘못한 탓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중기(中期)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효과도 거의 없는 일자리 만들기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복지를 명목으로 현금 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부른 재앙이다.

나라 곳간 사정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 확실한 가운데 정부가 재정 확장에 더욱 치중해 걱정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있어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크다. 국가 재정건전성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가면 이를 회복하기가 어렵다.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것이라도 재정 확장에 신중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 포퓰리즘 정책을 위해 나라 곳간을 허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래의 정책 여력 확보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나라 곳간은 5년 임기 정권이 아닌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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