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기념식서 "자유 당연히 얻는게 아냐…증오·인종주의에 맞서야"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 정상들 참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일인 9일(현지시간) "장벽의 붕괴는 자유를 제약하고 사람들을 못 들어가게 하는 장벽이 너무 높고 두껍더라도 결국 뚫린다는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장벽이 무너지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 기념일이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지만, 한편으로 현재 마주하고 있는 증오와 인종차별, 반(反)유대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관용을 지켜내야 한다"면서 "이런 가치는 항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자유는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서 지역 모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옛 동독지역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다 동독 경비병의 총격에 숨진 동독 시민들을 추모했다.
옛 서독지역 함부르크에서 1954년 태어난 메르켈 총리는 생후 3개월 만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으로 이주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옛 동독과 서독지역 간의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반세기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동유럽에서 평화혁명을 이뤄낸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용기가 없었다면, 독일 통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등의 정상들도 참석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독일, 전 세계를 위한 역사의 새로운 길의 시작이자 자유의 여명"이라며 "분단과 증오의 벽이 없는 유럽은 시민이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베를린에서는 이날 저녁 동서 베를린의 경계에 있었던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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