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오늘날 세계의 주요 도시는 도시 이미지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만의 고유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활용해서 문화상품을 만들고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창조한다. 스토리는 무형의 창조적 콘텐츠로서 보다 활발하고 매력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대구에서는 민족시인 이상화를 비롯해 한국 근대 문화예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이야기가 근대골목이라는 관광 콘텐츠, 그리고 스토리를 입은 공연 콘텐츠로 재탄생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시인 이상화와 이장희가 문학을 이야기하고, 작곡가 박태준·박태원 형제가 음악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근대골목, 그 길을 뒤이어 걸어간 음악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6·25 피란 시절을 전후로 전국에서 모인 예술인들과 함께 교류하며, 예술로 지역사회를 치유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남산동에서 향촌동에 이르기까지, 예술계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후원금을 모아 음악회를 열었다. 매일 저녁 음악감상실 '녹향'에 모여 예술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음악가를 길러낼 교육기관을 만들었고 교향악 운동과 오페라 운동에 힘썼다. 예술만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지역사회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예술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대구에서는 창단 55주년을 맞은 시립교향악단이 활약하고 있고, 매년 가을 국제오페라축제와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가 펼쳐지고 있다. 대구시는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2017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음악 분야로 당당히 가입했다.
이에 대구시는 더 늦기 전에 근현대 대구문화예술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수집하기로 했다. 올해 초 문화예술 기관·단체장 및 실무진이 참여하는 '아카이빙 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8월에는 문화예술 진흥 조례 개정을 통해 문화예술 자료 보관을 의무화했다. 올해는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가입 2주년을 기념해 클래식 운동에 힘쓴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음악 이론가들의 자료와 생존 원로 음악가들의 증언을 수집해, 지역 방송사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순차적으로 문학, 무용, 연극 등 예술 각 분야의 원로 예술가들의 증언과 자료 수집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그들이 남긴 하나하나의 점들을 이어 근대골목 코스의 뒤를 잇는 '문화지도'를 개척할 것이다. 향촌동·북성로 등 구(舊)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부터 6·25 피란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의 흔적과 스토리들을 발굴·재조명하여 문화관광·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구시 산하 문화예술 기관·단체들도 꼼꼼히 기록을 점검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이 10년사를 준비하고 있고 대구문화예술회관도 대구시립예술단과 함께한 30년의 흔적을 정리하고 있다.
미래 문화도시는 더 이상 특정 건물 혹은 기반시설 건립을 통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지 않는다. 도시 고유의 스토리를 간직하고 그것을 랜드마크로 삼아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킨, 지속가능한 문화도시가 바로 우리 대구시가 지향하는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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