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대한민국] 연예인 옥죄는 악플, 대책은?

입력 2019-11-09 22:02:03 수정 2019-12-04 17:15:29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손꼽히는 악플은 특히 연예인을 고통스럽게 한다. 사진은 악플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손꼽히는 악플은 특히 연예인을 고통스럽게 한다. 사진은 악플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손꼽히는 악플(악성 댓글). 무심코 감정을 배설하듯 써내린 악플의 영향은 온라인을 어지럽히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에도 칼을 겨누고 있습니다. 악플은 특히 연예인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참다 못해 악플러를 고소하는 연예인이 여럿이고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 중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이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악플의 폐해를 막기 위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까지 거론되는 실정입니다.

매일신문과 빅데이터 연구업체 더아이엠씨는 '연예인 악플'에 대한 최근 1년간의 빅데이터를 입수해 이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과 관심사를 조사했습니다. 분석 도구는 더아이엠씨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텍스톰(TEXTOM)을 활용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연예인 악플'과 관련해 검색된 단어들을 빈도수에 따라 조합해 놓은 워드클라우드. 단어의 글씨가 클수록 출현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더아이엠씨 제공.

◆악플 대상은 '연예인'…트위터에선 '젠더 갈등' 양상

연예인 악플 관련 상위 키워드는 '설리' '악플의밤' '인스타그램' '우울증' '추모 등 대부분이 고 설리 사망 사건과 관련된 키워드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트위터에서 연예인 악플 관련 키워드를 따로 분석한 결과 '여자' '남자' 키워드가 빈도량에서 1·2위를 차지하면서, 젠더 갈등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빅데이터로 모은 연예인 악플에 관한 키워드는 ▷극단적 선택 ▷악플 대상과 요인 ▷젠더 갈등 ▷악플과 언론 ▷악플 근절 제도 등 크게 5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생성 후 연결중심성·동시출현 정도가 높은 키워드를 네트워크 그래프로 시각화했다. 연결중심성이 높을수록 심볼의 크기가 크며, 동시출현 정도가 높을수록 키워드간의 연결선이 짙게 나타난다. 더아이엠씨 제공.
트위터에서 '악플'과 관련해 검색된 단어들을 빈도수에 따라 조합해 놓은 워드클라우드. 단어의 글씨가 클수록 출현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텍스톰 제공.

◆"설리야 그곳에선 행복하길 바라"…연예인 극단적 선택

고 설리와 관련된 키워드로는 '악플의밤' '인스타그램' '우울증' '추모' 등이 나타났습니다. 설리가 고정 MC로 출연하던 '악플의밤'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악플을 직접 읽고 속내를 밝히는 프로그램으로, 설리 사건 후 프로그램 제작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설리는 연예계 활동 중 '우울증' 등을 앓았다는 보도도 나왔으며, 설리를 '추모'하는 네티즌과 동료 연예인들의 게시글, 댓글 등 추모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악플러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 악플 금지법 제정 등 제도적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루머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SNS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설리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어요. 부디 하늘에 가서 정말 제일 행복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많이 빛났던 설리였기에" (네이버 qh94****)

"그녀의 기분도 그녀의 마음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리라.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거라 생각되네요.." (네이버 mini****)

◆악플 대상의 공통점은?…대중 관심 받는 유명인

악플 대상이 되는 이들은 아이돌, 배우, 치어리더, 개그맨, 개그우먼, 요리사, 연예인 가족 등으로 이들은 직업은 다르지만 언론과 미디어에 많이 노출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유명인들은 방송이나 SNS에서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온라인 상에서 보도되며 대중들에게 알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악플이 생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악플을 다는 요인으로는 '루머'에 대한 비난, '외모' 비하, '패션' 지적, '사생활' 참견, '노출'에 대한 '성희롱', '성형'과 '커밍아웃'에 대한 혐오감 표출 등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아니라 기레기들이다. 별로 관심없는 사람조차도 자꾸 기사로 올라오니 안 볼 수가 없게 만든 게 기레기들이다. 너희들이 기사질하지 않았다면 설리가 우울증에 걸릴 일도 자살할 일도 없었다. 악플 탓하기 전에 기레기들 보도 행태부터 뜯어 고쳐라." (네이버 sami****)

네트워크 생성 후 연결중심성·동시출현 정도가 높은 키워드를 네트워크 그래프로 시각화했다. 연결중심성이 높을수록 심볼의 크기가 크며, 동시출현 정도가 높을수록 키워드간의 연결선이 짙게 나타난다. 더아이엠씨 제공.

◆연예인 악플, 여자보다 남자에 관대하다?

젠더 갈등과 관련된 키워드로는 '여자' '남자' '성별' '페미니즘' '페미니스트'가 나타났습니다. 네이버와 트위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키워드는 '여자' '남자' '성희롱' 등이 꼽힙니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연예인 악플과 관련해 젠더 갈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갈등 격화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희롱 발언이 남자연예인보다 여자연예인에게 흔히 발생한다고 다수가 인식하고 있으며, 여자연예인 등에 대한 성희롱이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과 이에 대한 반발이 맞붙는 모습입니다.

이번 설리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과 네티즌들은 사회에 팽배한 성불평등이 악플과 함께 이번 사건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연예인들한테 악플달리는 수준이 여자 연예인만큼일까? 아니라고 보는데. 불법 저지른 남자연예인들 봐. 자숙한답시고 있다가 잊혀질만 하면 나오잖아." (트위터 Suetpen***)

"잘못한 게 없는 여자 연예인들이 온갖 악플과 성희롱으로 고통받는데 범죄자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저질렀는데도 쉴드(보호)받는 남자연예인." (트위터 _LuV_****)

◆"악플러는 언론이 키웠다"…비판 줄이어

언론과 관련된 키워드로는 '루머' '유명' '언론' '가짜뉴스' '클릭'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악플러는 언론이 키웠다"는 언급은 특히 언론계에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번 설리 사건의 원인으로 악플과 함께 언론이 지목됐습니다. 언론이 클릭 장사를 위해 유명 연예인들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루머, 논란 등을 퍼나르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등 악플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네티즌들은 흥미, 선정성 위주의 보도에 매몰된 황색언론에 반성을 촉구하는 모습입니다.

"악플러는 언론이 키웠다. 관종인 작자들이 연예인에게 악플을 달고 악플을 언론이 방송하고, 방송한 내용에 다시 악플을 다는 식으로 악플러는 관심받고 언론은 트래픽을 늘리는 식의 카르텔이 형성된 결과 소중한 꽃(설리)이 꺾이고 말았다." (네이버 nanj****)

◆대책은?…"실명제 도입" VS "표현의 자유 침해"

네티즌들은 악플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악플 근절을 위해 인터넷 실명제, 악플금지법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명제, 악플금지법 등의 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처음 법안을 만든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악용되거나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최진리법이 아닌 악플러퇴치법, 인터넷실명제 만들어지길 바란다. 순간의 짜릿함을 느끼려 악플을 다는 중독자들이 이번 기회에 근절되길 바라며" (네이버 taerinq****)

"의견을 악플이라 판단하는 잣대에 따라 법안의 의도가 결정되고, 이 법안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결정된다. 이 법안이 여성 연예인을 보호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지는 확신할 수 없다." (트위터 AgV6EQtRY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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