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역사 지키자" '대구 사과 역사문화체험관' 건립 목소리

입력 2019-11-06 17:53:59

사과 재배지 평광동 주민 "추진위 구성해 건립운동"

대구 동구 평광동 사과 과수원과 농민의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평광동 사과 과수원과 농민의 모습. 매일신문DB

과거 명성을 떨쳤던 '대구 사과'를 보호하고 기념할 수 있는 역사문화체험관을 건립하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광복소나무사랑모임, 평광동 발전위원회, 대구경북능금농협 등은 최근 옛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 동구 평광초등학교에서 '대구 사과 120주년 기념 역사문화행사'를 열었다.

최주원 광복소나무사랑모임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120주년을 계기로 사과의 고장이라는 자존심이 있는 대구에 '사과 역사문화체험관'을 만들 수 있도록 건립 추진위를 꾸리기로 했다.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위를 구성해 내년부터 서명운동을 비롯한 건립 촉구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 사과는 초대 동산병원장인 우드브리지 존슨이 1899년 72그루의 서양사과나무를 남산동 자택 정원에 심으면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금호강과 가까운 침산동, 동촌동, 반야월 등지로 퍼졌고, 1910년대부터는 불로천 일대 동구 평광동과 도동, 불로동 등에 넓은 과수원이 들어서면서 사과는 대구의 특산물이 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 사과나무를 볼 수 있는 곳도 평광동이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와 기후 변화로 치명타를 맞고 현재는 동구 평광동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잇는 실정이다. 대구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비해 2017년 대구 사과농가의 재배면적은 145.7㏊, 생산량도 3천여t으로 감소했다.

윤태명 경북대 사과연구소장은 "사과는 단순히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농산물이 아니라, 대구경북에 처음으로 서양문물이 들어와 근대화가 이뤄지는 과정과 스토리가 담긴 상징물"이라며 "평광동 주민뿐만이 아니라, 대구시를 비롯한 지역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련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주원 위원장은 "과수원길 건강걷기와 사과따기 등 행사를 통해 '대구 하면 사과'라는 브랜드를 더 알리고자 노력하고, 그 결실로 역사문화체험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활동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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