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표정으로 턴 하세요"…패션모델 도전하는 중년 여성들

입력 2019-11-06 06:30:00

"원 투 스리 포, 턴…" 생애 첫 패션쇼 무대 설 모델 워킹 연습 구슬땀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시니어모델 강좌 수업

5일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5일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시니어모델 강좌'에서 4, 50대 주부와 시니어 수강생이 런웨이 무대에서 턴 동작을 배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원(one) 왼쪽 다리 내밀고, 투(two) 양 손은 허리에 갖다 대고, 스리(three) 도도한 표정을 지은 다음, 포(four)에 턴 하세요. 출발, 원 투 스리 포…."

5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런웨이실에서 여성 수강생들이 생애 첫 패션쇼 무대에 설 모델 워킹 연습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시니어모델 강좌 수업이다.

최연소 수강생인 베트남 이주여성 장현아(33·예천) 씨 외에는 홍석순(42·수성구 황금동)·장인숙(56·수성구 만촌동)·유서윤(63·수성구 파동) 씨 등 모두 중·장년 여성들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 키우고 집안 살림으로 구부정한 할머니가 되기는 싫었어요. 런웨이를 걸으면 소녀 시절로 돌아 간 느낌이에요. 마치 백설공주가 된 것 같아요"라며 한껏 들떠 있었다.

5일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5일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시니어모델 강좌'에서 4,50대 주부와 시니어 수강생들이 런웨이 무대에서 워킹과 포즈를 배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모델 수업은 '벽 서기'부터였다. 양 발꿈치와 무릎을 붙이고 어깨를 벽에 기대 서는 것. 몸이 굳어 '똑바로' 서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구호에 맞춰 한 줄로 선 수강생들은 본격 워킹을 시작했다. 팔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갓 입대한 훈련병의 제식훈련처럼 어색해 보였다. 포 스텝(four step) 수업에서는 턴 동작을 하며 서로 어깨가 부딪혀 접촉사고(?)도 빈번했다.

모든 게 어설프고 투박해 보였지만, 마음 한쪽에 간직하고 있었던 모델의 꿈을 늦게나마 이루고자 하는 눈빛에는 아름다운 열정이 넘쳤다.

최고령 수강생 정광희(64·동구 신천동) 씨는 "은퇴 이후 '절약'에 집중했는데 행복한 노년을 보내라며 아들과 딸이 수강료도 내주고, 적극 추천했어요. 젊었을 땐 옷 입는 감각이 특별해 '앙드레 정'으로 불리기도 했죠"라며 자랑했다.

6일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6일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 '시니어모델 강좌'에서 4,50대 주부와 시니어 수강생들이 런웨이 무대에서 콘셉트에 맞는 워킹과 포즈를 배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이들은 6주간 면접·카메라 테스트·워킹 등을 익힌 뒤 다음 달 22일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 대구에서 열리는 '2019 미즈&시니어 슈퍼모델 선발대회' 무대에 선다. 현장 심사는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되며, 전문가 심사로 진·선·미도 선발할 예정이다.

장녹규 대한민국모델협회 대구지회장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듯이 긍정 에너지로 패션 모델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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