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안보실장의 北 미사일 능력 오판, 자질이 의심스럽다

입력 2019-11-05 06:30:00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자질'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다. 정 실장이 국가안보실장으로서 군사 문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졌느냐는 것이다. 그 발단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정 실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이동식 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2017년 ICBM인 화성-14형과 15형을 이동식 발사대로 시험 발사했다. 기초적인 사실부터 무지한 것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정 실장의 '무지'를 확인해줬다. 정 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CBM은 무엇으로 발사했느냐"는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질문에 "TEL로 미사일을 옮기고 나서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한 것도 있고,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하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정 실장의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정 실장이 그런 발언을 한 배경으로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 당시 TEL이 미사일을 땅에 내려놓은 뒤 발사 현장을 떠난 사실이 꼽힌다. 정 실장이 이를 보고 이동식 발사가 아니라고 생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군사 기본 상식이 없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TEL로 미사일을 옮긴 뒤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하건, TEL에서 발사하건 이동식 발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으며, 이는 군사 기본 상식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 능력을 갖췄음은 지난 8월 국방위 국감에서 이미 확인됐다. 당시 김영환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은 "북한은 현재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런 사실은 정 실장의 발언과 관련해 두 가지 추론을 낳는다. 정 실장이 기본적인 군사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이거나 아니면 북한 미사일 능력 고도화라는 위중한 안보 위협을 감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앞장서 국민을 북한의 인질로 잡히게 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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