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대구 동부소방서장
망양보뢰(亡羊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화마로 인한 피해를 입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되뇌어봤을 법한 말이다. 아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말이다.
건물이 무너지는 재난 같은 불가항력의 사건이 아니라 게으름과 안일함으로 인해 일어난 화재, 즉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 것이다.
주택 화재의 발생 원인은 1위가 부주의로, 아주 작은 실수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로 인한 인명 피해 발생률은 전체 화재의 50% 가까이 되니 작은 실수로 인한 대가치고는 가혹하다. 특히 지금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에는 화재 위험 3대 겨울용품인 전기히터·장판, 전기열선, 화목보일러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부주의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높아진다. 주택 거주자들이 각별히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할 시기다.
그럼에도 화재 초기라면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화재경보기(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를 감지하면 경보음을 울려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화기는 사람이 수동으로 소화 약제를 방사하는 기구로, 초기 소화에 유용하며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사용 방법도 간편하다. 둘 다 작은 실수에서 시작된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소방시설이다.
그래서 소방 당국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 의무적으로 이런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화기는 가구별, 층별로 1개 이상 설치하면 되고, 감지기는 구획된 실마다 설치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주택용 소방시설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는 설치율이 아직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일찍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은 2008년 36%에 불과했던 설치율을 2014년 80%까지 끌어올렸고, 6년간 12.4% 화재 사망자 저감 효과가 있었다. 미국은 32년간 56%, 영국은 22년간 54% 화재 사망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 피해 예방에 확실한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대구 동부소방서 관할 구역에서도 매년 주택용 소방시설로 인한 화재 피해 저감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여름철에만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화재 중 신암동, 율하동에서 2건 정도가 소화기로 자체 진압됨에 따라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살펴본다면 그 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준 주택 화재 사건 현장에는 어김없이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 가정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방서와 같은 유관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설치율 향상을 이뤄낼 수 없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우리 가정의 안전은 곧 이웃과 우리 지역의 안전으로 연결되는 만큼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으로 인식하고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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