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청와대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뱉어낸 언사는 그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실장인지, 북한 대변인인지 의심케 했다. 이는 나아가 청와대,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책무를 맡겨도 되느냐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한다.
정 실장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수평비행을 하다 갑자기 수직강하 하는 등 비행 궤적이 종잡을 수 없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단적인 예다. 현재 남한의 미사일 요격 체계로는 방어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정 실장은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이동식 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2017년 ICBM인 화성-15형을 TEL에서 발사한 바 있다. 또 북한이 TEL로 ICBM을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결국 정 실장은 의도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무능력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의 정체에 대한 '오판'도 마찬가지다. 정 실장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했다.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은 ICBM의 전 단계인 장거리 미사일 실험 장소이지 ICBM 발사기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동창리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은 ICBM 발사 방식을 고정식에서 사전 탐지가 매우 어려운 이동식으로 전환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이렇게 사실을 호도하면서 "우리도 북한 못지않게,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그렇다 해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북한은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능력을 지녔다. 왜 이런 사실은 말하지 않나. 이런 인사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다. 어리석은 정권 탓에 국가안보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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