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 등을 운영하는 권력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통계의 거짓말을 종종 사용한다. 국민의 반대를 희석시키고 대중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통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통계 수치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통계의 이중적 잣대 사용이다. 아전인수격의 해석으로 관점을 흐트리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위한 재원 고갈의 위험성 경고 통계는 오래된 수법이다. 대중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의 인상된 보험료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내년이 최고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기업의 엄살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라는 객관적 이미지를 악용한 권력자들의 불순한 의도는 그래서 계속될 것이다.
독일 학자 게르트 보스바흐는 '통계의 거짓말'이란 책에서 우리가 흔히 대하는 통계나 수치를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통계로 포장된 거짓 세상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추렴하고 편집하면서 만들어진 통계는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극찬한 스테디셀러이다.
통계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대럴 허프는 이 책에 '통계로 사기 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입문서'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통계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위한 속임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 같은 통계의 현상 미화와 허풍성 그리고 대중의 의식 호도와 현실 조작성을 어느 정도는 감지하고 또 경험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 난국에도 대통령의 비현실적 낙관론이 어디서 오는지 어느 정도 짐작한다. 그것은 유리한 부분만 가려내 편리하게 해석한 통계 오독(誤讀)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딴 세상 사람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국민의 분노감과 상실감이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여전히 40%를 맴도는 것도 그래서 이상하다.
통계나 수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안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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