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희망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작은 희망 하나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계속 당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이자 연예기획자인 박진영의 수필집 '미안해' 중 '희망고문'이라는 글에 담긴 내용이다.
'희망고문'이란 말의 유래는 19세기 프랑스 작가 빌리에 드 릴아당이 쓴 단편소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에서 비롯되었다. 고리대금업을 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혐의로 지하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던 유대인 랍비에게 종교 재판관은 화형식 전날 쇠사슬을 풀어준다. 그러나 밤새 감옥을 빠져 나와 자유를 느끼려는 순간 랍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무시무시한 재판관이었다는 내용이다.
그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고문이자 형벌이었던 것이다. '희망'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말과 '고문'이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말의 조합인 이 역설적인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된 희망으로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이른다. 어떻게 해도 절망적인 결과만이 기다리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 주어진 작은 희망으로 인해 오히려 더 괴롭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단어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에어포켓 운운한 것은 희망고문이었다. 사막에서의 오아시스 신기루나 고시 낭인들에게 해마다 시행되는 시험도 희망고문일 것이다.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의원은 최근 "오거돈 부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신공항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소속의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사절"이라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불러온 경제의 망조, 북한의 핵무장과 온갖 욕설만 자초한 대북 정책, 최고급 기술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란하는 재앙적 탈원전 정책, 주변국의 멸시와 남한의 고립만 초래한 외교안보 정책, 집값 폭등과 혼란만 가중시킨 부동산 정책, 그리고 최악의 국론 분열과 국민 대립을 부추긴 조국 사태 등. 총체적 난국에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희망고문은 멈출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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