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을 품은 '숲의 나라' 오스트리아에는 케이블카 노선이 대략 3천 개에 육박한다. 지난여름 가족 여행지로 정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지역에도 수백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라고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알프스는 절경이었다. 그림 같은 풍광을 뒤로하고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이 나라엔 환경단체가 없나?"
(지금은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당시 우리나라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찬반양론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도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와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자연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측과 개발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터였다.
현지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지만, 케이블카가 없으면 노약자나 장애인들은 어떻게 이 좋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나요? 환경 보전도 중요하지만, 자연이 준 선물을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연간 6천600만 명의 전 세계인이 이 나라 케이블카를 이용하며, 이를 통해 14억유로(2018년 기준, 약 1조8천700억원)를 벌어들이는 발판은 이런 발상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옆 나라 스위스나 독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약 2천500개의 케이블카 노선이 있는 스위스는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660개 지역에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환경 문제에 매우 까다로운 독일 또한 알프스 산맥 인근의 바이에른주를 중심으로 160여 개의 케이블카 노선이 운영 중이다.
현지 가이드는 "유럽 국가는 산악 지역 교통 편의와 관광개발 등 경제성만 입증되면 케이블카 설치에 큰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는 다시 자연환경 보전사업에 재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먼 유럽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 익숙한 싱가포르가 천혜의 해양관광지로 유명해진 것도 케이블카가 한몫 단단히 했다. 본섬과 센토사섬 사이 해상 위를 연결하는 약 1.6㎞의 케이블카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관광상품이 됐다. 우리나라와 법이나 제도, 지형이 비슷한 일본도 국립공원에는 우리보다 7배 많은 24개의 케이블카가 있다.
대구시가 140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이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거센 역풍을 맞아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5월 열린 시민원탁회의에서 '찬성 60.7%'라는 결과가 나와 내년 착공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지만,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 반대 여론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최근 감사원에 팔공산 구름다리와 관련한 공익감사청구를 신청했다.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은 6번째도 무산됐다. 얼마 전 한 민간업체가 신청한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문화재청이 심의를 통해 부결 결정했다. 종교적 상징성과 주변 경관을 해치고, 문화재 보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유다.
최근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04년 대구를 찾은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인 58.6%에 달했던 팔공산권 관광객 유입률이 최근 10%대로 내려앉았다. 이마저도 대부분 등산이나 불교 관련 방문객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구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다'는 말은 외지인들에게서 심심찮게 듣는 단골 메뉴다. 무조건적인 개발 반대가 환경 보전의 유일한 대안일까. 알프스처럼 자연환경도 지키고, 모든 사람들이 명품 환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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