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앵글에 담기다

입력 2019-10-22 11:05:41

포스코갤러리에서 10월11일~11월30일 '포항산책 2019' 개최

길위에 서다(정태용 작)
길위에 서다(정태용 작)
오경숙 작
오경숙 작
할매(강철행 작)
할매(강철행 작)
오경숙 포항산책 참여작가 대표.
오경숙 포항산책 참여작가 대표.

"어머니는 아련하고, 따뜻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나는 어머니에게 어땠는가?"

이런 물음에서 전시회는 시작됐다. 포스코 직원, 교사, 은퇴자 등 우리 가까이 있는 이들이 포항을 공간으로 '어머니'를 지난 1년간 앵글에 담았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 어머니에게 다가가자는 서로의 약속에, 작가들은 치열하게 고민했다.

'길'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만 봐도 그렇다. 사진에는 어머니의 그림자조차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길 끝에 자리한 요양원에서, 우리 어머니가 또 내가 가야할 마지막 종착역을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작가는 그간 어머니와 자주 시간을 갖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을 작품에 오롯이 담아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렸다. 주름진 손에 올라간 강렬한 빨긴 매니큐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뭉클하다.

포스코갤러리에서 10월11일~11월30일 어머니를 주제로 열리는 기획사진전 '포항산책 2019(어디에도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에는 오경숙 포항산책 참여작가 대표를 비롯해 강철행, 나호권, 정태용, 정만석, 강순원, 안성용, 김주영, 박병로, 이다나, 최홍태, 박태희, 황정희, 정현숙, 송영숙 등 15명의 작가가 참여해 142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오 대표는 "어머니를 앵글에 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인지를 모두 실감했다"며 "그 고통만큼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긴 전시회가 만들어졌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일부는 중도포기를 선언하기도, 또 다른 이는 내가 최고라는 고집에 날선 갈등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머니라는 주제는 혼란스러웠다. 가벼이 여길 수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다가갈 수도 없었기에 작가들은 머리를 싸맸고, 작업속도는 더뎠다.

이 때문에 오 대표는 악역을 자처하며 끊임없이 요구하고 질책했다. 욕설에 가까운 비판은 작가들을 성장시켰고, 작품은 어느덧 제자리를 찾아갔다. 가슴을 '탁'하고 치고 지나가는 저림을 작품에 담아 낸 것이다.

"이곳에 들르면 어머니께 지금 바로 전화 드리고 싶을 겁니다. 이번 전시회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맥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 대표는 기회가 된다면 더 악착같이 찍고 부닥치며 '아버지'를 앵글에 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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