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어떤 음악은 매우 상징적이라 그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극 전체나 캐릭터를 떠오르게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특정한 멜로디를 들으면 해리포터나 인터스텔라 혹은 죠스 등의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죠스 OST는 영화는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음악이다. 드라마나 광고 등 무수한 매체에서 사용 되어져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빠밤- 빠밤- 빠바빠바빠바빠바빠-'로 기억되는 이 음악은 원래의 영화를 넘어 많은 작품에서 긴장되는 상황이나 무섭고 두려운 캐릭터의 등장에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역으로 이 음악을 사용하여 긴장감을 유발시킨 뒤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주며 반전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내용과 분위기, 감정을 미리 알려주는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 음악이 들어간 극을 보다보면 들려오는 음악만으로 다음 장면이나 캐릭터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자막 없이 외국어로 된 극을 보거나 전체가 아닌 특정 장면만 본 경우에도 음악을 통해 장면의 내용이나 감정, 분위기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특정 작곡 기법에 의한 효과이며 이러한 음악 기법을 '라이트모티브(LeitMotiv)라고 한다.
라이트모티브는 독일어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Leiten은 이끌다, motiv는 동기를 뜻한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유도동기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작곡기법은 낭만파 작곡가인 바그너를 통해 그 정의가 확립됐다.
인물이나 특정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날 때 그 인물 혹은 장면을 상징하는 선율이나 화성을 재현함으로써 청중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환기하는 기법으로 음악적 기능과 극적 기능을 동시에 지닌다. 이 기법은 현대의 극음악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고, 오페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음악이 들어간 거의 모든 극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다. 필자 역시 극음악을 작곡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한다. 등장인물이나 시대 상황에 어울리는 특별한 테마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물의 관계나 특정 장소에 대한 감정 등을 반복되는 선율이나 화성 혹은 특정한 악기로 표현하고자 했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 관객은 공연 내내 새로운 음악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관극을 하는 것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라이트모티브를 활용해 관객들이 극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조금 더 쉽고 효과적으로 장면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가 있다. 감정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주말에 영화나 뮤지컬 등의 문화를 즐기며 숨어 있는 라이트모티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문화예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면 더 많은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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