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시인·수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다. 이미 유치원에서 배운, 정직하라, 성실하라, 사랑하라 이 세 마디다. 뜻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다시 뽑으라면 誠(정성 성)이라고 말한다. 誠을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言+成으로 즉 말대로 행동한다는 언행일치를 뜻한다. 이것은 또한 우주철학과 관련된 덕목이다.
동양철학을 명쾌하게 정리한 中庸(중용) 20장에서도 誠者(성자)는 天之道也(천지도야)요 誠之者(성지자)는 人之道也(인지도야)라 하고(정성이란 하늘의 도요, 정성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다), 誠者(성자)는 物之終始(물지종시)니 不誠(부성)이면 無物(무물)이라(誠이라는 것은 만물의 마침과 시작이니, 진실이 없으면 어떠한 사물도 없다) 했다. 이 세상의 처음과 끝도 결국 부지런하지 않으면 생성도 멸함도 없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부지런해야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곧 至誠感天(지성감천)과 至誠無息(지성무식)과 연결되어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감동시키고, 誠(성)은 결코 쉼이 없다고 했다.
생활에서 가장 기초적인 민법에서도 권리의 행사나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기본 원리로 성실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를 자연의 이치에 적용시켜 보면, 천지는 이때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지런히 돌아가기 때문에 밤낮과 계절이 생기어 모든 만물들은 이 환경에 맞추어 살 수 있다. 만약에 천지가 한 번이라도 멈추거나 계절의 순서가 바뀌면 세상이 뒤죽박죽이 되어 모든 생물들이 멸할 것이다. 이것은 오직 변하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쉼 없이 돌아가는 우주의 자연법칙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랑도 한 번이 아니라 열 번 아니, 백 번이라도 찍으면 안 넘어가는 사랑이 없듯이, 지극한 성의에는 하늘이 감동해서라도 사랑이 이루어진다. '근면과 성실로 재산을 모은 것은 신의 섭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종교개혁자 캘빈이 말하여 자본주의 탄생에 기여했고, '성실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이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예는 이제까지 하나도 없고, 성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남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예도 이제까지 하나도 없다'며 맹자도 성실에 대해 언급했다. 나의 평소 철학은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길만이 인생의 의미를 알고 허무를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경험하듯 生于憂患 死于安樂(생우우환 사우안락:어려운 상황은 사람을 분발하게 하지만 안락한 환경에 처하면 쉽게 죽음에 이른다)과 같이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으면 공부도 하고 무엇이든 잘할 것 같지만, 막상 시간과 여유가 많으면 오히려 더 나태해져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는 이치다. 진정한 행복은 꾸준한 일이나 행동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고 편리한 것에만 올인하는 가치와 논리 속에 때론 느리고 여유롭게 사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몸과 생각의 기본 바탕은 늘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삶이란 성실하게 사는 것만이 이 세상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의미를 남길 수 있기에, 3대 액체(피, 땀, 눈물)를 흘리지 않는 사람은 결코 승리의 월계관을 쓸 수 없다. 그러기에 그 어떤 가치보다 숭고한 誠을 바탕으로 노력하다 보면 사랑도 사람도 재물도 다 이룰 수 있다.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사람도 미물도 감동시키며 존재 가치를 부여하기에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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