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내성천 회룡포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힌다. 휘감는 물길 따라 고운 모래톱 모습이 시시각각 바뀐다. 아침 녘 은빛이던 게 해 질 녘에는 금빛이다. 이곳 야트막한 절벽 아래 확 트인 들판, 정감 어린 시골집, 병풍처럼 두른 구릉지 산들도 조화롭다. 최근 유역 개발로 강 본래 모습이 점차 훼손되면서 관광객이 줄까 우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모래톱을 잘 보전하고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들판을 가꾸는 일을 모색해 회룡포의 새 희망을 꿈꾼다.
회룡포에서 첫 번째 자랑은 물길과 모래톱이다. 이는 지역의 독특한 지질구조와 공급 토사 특성의 산물이다. 여기에 역사적 배경도 있다. 퇴계 선생이 주로 밭농사에만 의존하던 영남 내륙 백성의 가난에 가슴 아파하면서 당시 밭보다 4배의 소출을 거둘 논을 조성할 곳을 찾아 나섰다. 이로써 영주, 예천을 중심으로 다랑논이 태어났다. 영주, 예천 지역에는 중생대의 지하 풍화된 화강풍화암이 넓게 분포한다. 이 암질은 연약해 쉽게 부서져, 속칭 마사토라고 하는 균질의 모래질이어서 복류수가 되는 지하수를 많이 품는다. 다랑논으로서 최적지인 셈이다. 필자는 이런 지질구조가 내성천 모래톱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유역의 토사가 한천이나 서천과 같은 지류를 통해서도 내성천으로 다량 흘러든다. 과거에는 강바닥이 높아지는 천정천이 되어 범람하기 일쑤였다. 근래 우거진 산림과 수자원 시설 축조로 토사가 줄거나 강가에서 그대로 흘러들던 토사도 제방으로 차단되었다. 강바닥이 오히려 조금씩 내려가는 양상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토사가 지류를 통해서 여전히 충분히 공급되고, 공급 토사 입자 크기가 비슷한 모래층이 강바닥에 폭넓게 일정한 깊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모래가 흐름에 여전히 반응하고 있어 모래톱 움직임이 아직은 예전과 확연히 다르지 않다.
유역의 오염원이 아직 줄지 않고 최근 상류 쪽에 대형 댐 축조가 마무리됨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 초목으로 덮이는 등 모래톱 모습과 강 형태가 변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모래톱을 유지할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 이 지역의 화강풍화토가 지류를 통해서 꾸준히 자연 공급이 허용되는 유역 관리, 댐 내 퇴적 모래의 재공급, 강폭 자연화 등이다. 이는 힘겨울 수 있으나 의지와 지속적인 관심이 관건이다.
두 번째 자랑은 수변 경관이다. 예전과는 다르다. 들판 가운데 농로가 하천 지형학적으로 가치 높은 자연제방 흔적이다. 이 안쪽은 과거 강의 일부로서 자연계 허파인 습지 형태였다. 강물 세기와 모래 양을 적절히 조절하던 곳이었다. 강물을 정화하고 새와 물고기의 서식처가 되기도 했다. 이후 강폭을 줄여 인공제방을 쌓아 논으로 조성했다. 당시에는 이보다 우선할 국토 가치가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 쌀 소비 감소와 농민들의 고령화로 앞으로 벼농사만으로는 비효율적이다. 이곳을 세계적 명소인 네덜란드 크헤이의 튤립 농장, 홋카이도 후라노의 라벤더 농장과 같이 자본집약형 경관 화훼 특종작물 재배에 나서면 회룡포는 농촌 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는 관광객을 유인할 수변경관을 향상시키는 일 이상으로 농촌에 새 희망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자연교란에 의존하는 하천습지로 복원한다면 당연히 대홍수 시 큰물을 가둘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하천 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창포, 연꽃, 수선화 등 들꽃은 강물을 자연의 힘으로 정화하는 능력이 탁월해 하천의 녹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회룡포에서 수채화 같은 풍경을 이끌어 내는 것은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인 동시에 안전하게 국토 가치를 재창출하는 일이다. 창의적 하천 관리와 수변 관리로 새로운 국토 가치를 재창출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농촌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대응하고 농촌형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경제 살리기의 귀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국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강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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