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를 '수구도시'로 몬 여당, 누워 침뱉기

입력 2019-10-12 06:30:00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10일 대구시청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질문하면서 대구를 '수구도시'로 말해 논란이다. 김 의원은 권 시장의 영호남 교류 노력 등을 거론하면서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때문에 대구를 수구도시로 본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아울러 그는 "보수나 새마을 같은 단어 말고 진보·개혁·혁신 같은 단어가 대구를 상징하길 바란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대구 국회의원과 대구경북 사람은 반발할 만하다.

김 의원의 발언이 방문 지역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결례지만 그가 의도적으로 대구를 폄훼하려 굳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수구도시라는 단어를 썼다고는 보지 않는다. 의도적이라면 신중하지도, 세련되지도 못했고 되레 본인은 물론, 여당에 대한 믿음을 잃는 짓을 한 꼴이다. 그저 초선 여당 의원으로서 대구라는 '비중 있는' 국감 무대에 선 만큼, 대구에 도움이 될 만한 지적을 하려다 단어를 잘못 선택한 것으로 보고 싶다. 그가 권 시장의 행적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좋은 방향으로의 희망적 주문까지 한 사실을 보면 그렇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그가 대구 공부를 좀 하기를 권한다. 대구는 수구도시로 막 몰아도 될 만큼 만만한 도시가 결코 아니다. 공부 시간이 부족하면 광복 뒤 대구에서 치른 뭇 선거에서 대구 유권자가 진보와 보수 진영을 두고 어떤 흐름의 선택과 투표를 했는지를 살피기만 해도 된다. 그 결과를 다른 곳과 비교하면 더욱 좋다. 대구의 현재 국회의원·지방의원의 여야 구성비를 보면 그가 말한 '진보·개혁·혁신'을 위해 대구가 지난 세월 과연 어떤 변화를 했는지 깨달을 것이다. 그래도 수구도시로 몰면 달리 할 말이 없다.

오랜 세월을 보내며 대구는 정치 지형도에서 편향된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록 밖에서 보기에 대구의 달라지는 변화의 속도와 폭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구 사람의 몫이다. 주문처럼 대구를 위하고 싶다면 누워 침 뱉기식의 발언 대신 진심을 담은 격려와 지지로, 고군분투하며 오늘날 대구에서는 '야당인 여당' 소속 사람을 위해 힘을 보태는 말을 하는 게 맞다. 여당과 김 의원 자신은 물론 대구를 위해서라도 빨리 사과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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