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한국판 홍위병'

입력 2019-10-10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대약진운동'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문화대혁명'으로 위기 탈출을 도모했다. 대륙 전역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홍위병(紅衛兵)이란 이름으로 동원해 '정신상태가 불순한 지도층 인사'를 직접 구타하고 때려서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광풍(狂風)을 일으켰다.

홍위병에 의해 희생된 대표적 인물이 마오로부터 국가주석을 물려받은 류샤오치(劉少奇)였다. 류를 비판한 마오의 글이 발표되자 홍위병들은 류와 부인을 거리로 끌어내 수모를 줬다. 홍위병은 마오에 의해 '주자파(走資派) 수괴 1호'로 꼽힌 류의 모자를 벗겨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류는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채로 비난을 들어야 했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했다. "이 녀석들아! 나는 엄연한 이 나라의 국가주석이다"는 류의 외침도 소용없었다. 마오의 고향 후배이자 혁명 동지인 류는 지방 소도시에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숨졌다. 홍위병들에게 체포될 때 걸렸던 심한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했다.

친문(親文) 좌파 진영이 어린이들에게 욕설이 섞인 '검찰 비하 노래'를 합창시키고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온라인에 유포했다. '한국판 홍위병'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검찰 개혁 동요 메들리'란 영상에서 어린이들은 "적폐검찰 오냐오냐 기밀누설 꿀꿀꿀"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국민 눈을 피해 어디를 가느냐" 등의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얼굴도 안 가리고 정치 선동에 이용했다" "북한과 뭐가 다르냐" 등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아무리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호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비판하고 싶더라도 어린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어른들의 이전투구에 어린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아이들에 '증오의 동요'를 합창하도록 한 사람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1천만 명이 넘는 홍위병이 가져온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420만 명이 투옥 및 조사를 받았고 17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처형된 사람이 13만 명을 넘었다. 검찰을 비하하는 어린이들의 합창을 담은 영상이 홍위병 출현 전조(前兆)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좌파의 선전·선동이 어느 지경까지 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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