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들 사이에 'EBS'라는 게 있었다. 교육방송이 아니라 EXO(엑소), BTS(방탄소년단), Seventeen(세븐틴)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2016년 이후 가장 인기 많고 영향력 있는 보이그룹 세 팀이 바로 'EBS'였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로 인해 EBS가 '엑방원'(여기서 '원'은 워너원을 말한다)으로 잠시 불리기도 했지만, EBS를 이루는 세 팀이 현재 보이그룹 중 최고의 팀들이라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리라 믿는다.
그 중 세븐틴의 행보에 자꾸 눈이 가기 시작한다. 희한하게 이 팀은 꾸준히 앞으로 가면서 어느순간 변화해 있는 팀이다. 16살 중학생 소년이 17살 고등학생이 되자 뭔가 남자답게 바뀌는 것처럼, 세븐틴의 이번 앨범 'An Ode'(언 오드)는 팀이 추구하는 색깔이 부지불식간에 바뀌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세븐틴의 음악색깔은 말 그대로 '소년이 주는 청량함'이었다. 데뷔곡 '아낀다'부터 초창기의 인기곡들인 '만세', '예쁘다' 등등을 살펴보면 정말 10대 소년의 청량함을 응축시켜놓은 듯한 곡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초창기 세븐틴의 노래를 들으면 신났지만 마음 한 구석엔 걱정도 있었다. '이들도 항상 열일곱은 아닐텐데……. 분명 스물일곱의 시절이 올 텐데, 그 때는 어찌하려나?'
그런 우려를 어느정도 불식시킨 앨범이 이번 앨범 'An Ode'였다. 싱글로 처음 냈던 'HIT'(히트)의 경우 보는 사람이 숨이 찰 정도로 강렬한 안무를 선보이면서 초창기 세븐틴과 또다른 힘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앨범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독:Fear'은 세븐틴이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던 곡 중 가장 어두운 곡이다. 이렇게 세븐틴은 '17'이 아닌 '27'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듯 보였다.
이런 변화의 단초가 궁금해 세븐틴의 타이틀곡들을 쭉 살펴보니 이러한 변화는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정규 2집인 'TEEN, AGE'(틴, 에이지)때부터 세븐틴의 타이틀곡들은 어느정도 힘을 빼고 있었다. '박수'가 꽤 박력있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채 3분이 되지 않았듯, 뭔가 보여줄 때는 압축적으로 보여줬고, 미니 5집 타이틀곡 '어쩌나'와 미니 6집의 타이틀곡 'Home'은 기존의 힘찬 노래와는 달리 부드러운 감성을 좀 더 강조한 느낌의 노래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싱글로 'HIT'이 나와버리니 편안히 누워 잠들려다 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세븐틴은 한동안 이런 노래들로 자신들의 변화와 성숙함을 계속 노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계속 발표할 노래속에 숨겨놓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