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게 사용, 각 부서에 강제하긴 어려워 순화사용 권고
"메이커 페스타, 스타트업 어워즈, 리쿠르트가 뭔지, 분명히 한글로 쓰여 있는데도 그 의미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요."
대구 침산동 주민인 A(62) 씨는 인근 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리는 행사를 찾을 때마다 마뜩찮은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행사명부터 공연, 부스, 체험행사까지 곳곳에 외래어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축제는 페스티벌 혹은 페스타, 시상식은 어워즈로 써야만 하는 건 아닐 텐데 굳이 남의 말을 가져다 어렵게 표현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할 시민 대상 행사지만 용어부터 겉치레만 가득하다"고 했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기념하는 한글날이 올해로 573돌을 맞이했지만, 이에 무색하게 우리 생활 속에서는 정체불명의 외래어 및 외국어 남용이 늘고 있다. 특히 바른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이 외래어 남용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구시가 진행한 각종 행사 혹은 홍보 자료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지적이 도드라져 나타난다. '스마트 웰니스 산업', '리노베이션', '액티브시니어', '울트라독서마라톤', '메디컬 시네마 테라피' 등 외래어를 한글로 쓰거나, 우리말과 외국어의 정체불명 조합까지 난무한 것.
이런 현상은 창업과 경제분야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 등 외래어가 그대로 업계 용어로 굳어진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시건장치(잠금장치)', '시말서(경위서)', '절취선(자르는 선)' 등 한자어 역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일상생활 속 어려운 한자어 등 행정용어 3천641건을 개선한 데 이어 올해도 80건의 공문서 속 한자어나 일본어투 단어 정비에 나섰지만 정작 일선 공무원들은 무관심한 현실이다.
대구지역 최초로 국어책임관 지정 및 공문서 등에 지나친 외래어·외국어 표현 사용 자제를 골자로 한 '북구 국어문화진흥 조례안'을 발의한 안경완 북구의원은 행정기관의 외래어 남용을 질타했다.
안 의원은 "이미 행정기관에서 외국어 사용 남발과 한글 파괴는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킬러콘텐츠'라는 말을 접했을 때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며 "행정기관에서부터 먼저 나서서 국어사용과 한글 활성화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래어(外來語)=외국으로부터 들어왔으나 우리말에 파고들어 익숙하게 쓰이는 말. 외국어와의 경계가 정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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